여기는 '탈당', 저기는 "스마트폰 뺏어라"…이준석에 등 돌리는 청년들

여기는 '탈당', 저기는 "스마트폰 뺏어라"…이준석에 등 돌리는 청년들

국힘 지지자 "당 내부 문제, 언론 공개는 미숙" 비판

기사승인 2021-11-09 14:29:20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 엄수된 故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이 끝난뒤 이동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홍준표 의원을 지지했던 청년층을 중심으로 경선 결과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계속되면서 2030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이준석 당대표의 인기도 하락하는 모양새다. 남은 청년 지지자들도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일부 지지자들은 이 대표가 2030대 지지자들 사이에서 분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한다.  

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준석 당대표의 스마트폰을 뺏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30대 청년 A씨는 한때 이 대표의 지지자였다고 밝히면서 "이준석을 2030과 연대해 합리적 소통을 외치며 국민의힘 늙은 이미지를 바꿔줄 새로운 대인이라 여겼다. 하지만 우리를 철저히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준석과 윤석열을 지지하기 위해 국민의힘 당원가입을 했다"며 "그가 당대표가 될 때 분명히 당대표 선언문에서 '당대표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문 닫고 조용히 싸우겠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A씨는 이 대표를 겨냥해 "당대표가 되고 윤석열 원희룡 등 유력 대선후보들에게 매일같이 키보드 배틀질을 하며 2030 일부 자신 지지자들을 선통해 다수의 상식적인 2030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국민들을 실망시켰다"고 말했다. 

A씨는 이 대표가 대선 경선 기간 동안 당 대표로서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정 후보의 잘못은 과장해서 말하고 특정 후보 즉 자신의 편을 드는 홍준표 후보의 잘못에는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민의힘 대선 경선 기간 중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의 통화 녹취록을 SNS에 공개한 것을 언급하며 "대선 후보자와의 통화 내용을 녹음해 물의를 일으키고 원 후보와 전화하며 내분을 일으키고 그것을 자신의 SNS에 매일 떠벌리며 당대표로서의 역할을 망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각한 건 윤석열 후보가 최종 당선된 후에도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이준석 당대표의 스마트폰을 압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요청한다. 대한민국의 평화를 위해 이준석 당대표의 스마트폰을 압수하고 그의 모든 SNS 계정을 강제 탈퇴시켜 그가 한국에 사는 2030 상식적인 젊은이들에게 더 이상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막아달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캡처
이는 이 대표가 전날 SNS를 통해 2030세대의 탈당 현황을 직접 공개한 데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 

지난 5일 윤 후보가 홍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원 전 제주지사 등을 제치고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가 되자 2030 청년층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러자 윤석열 캠프 측 일부 인사 사이에선 "평소 당원 증감률과 크게 다르지 않다(윤희석 공보특보,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중앙당 집계에 따르면 5일 전대 종료부터 8일 오전까지 확인된 탈당자수는 40명이 전부(김재원 최고위원, 연합뉴스)" 등 탈당이 소규모라는 반박이 나왔다. 일부 야권 지지자들은 경선에 참여한 여권 지지자의 '역선택'을 의미한다는 주장을 했다. 

이같은 주장이 잇따르자 이 대표는 자신의 SNS에 2030 당원들의 탈당 현황을 직접 공개했다. 그가 전날 페이스북에 '전당대회 이후 탈당원서 접수 현황'에 따르면 서울시당 선거인단 중 탈당자(623명) 중 탈당한 2030세대는 527명으로 선거인단 중 85% 수준이다.  

이 대표는 "TV에 나가서 당의 입장을 이야기하는 고위 당직자는 이런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정확한 자료를 가지고 이야기 해야 한다. 그게 국민들의 기대"라며 "이 수치를 바탕으로 겸허하게 인식해야 하는 올바른 정당이지 몇 십년만에 찾아온 정치변화의 기회에 젊은 세대에게 40명 남짓 탈당했다는 식으로 조롱조로 계속 이야기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말했다. '역선택' '소규모 탈당'이라는 윤석열 캠프 내부 인사들의 주장에 경고를 한 셈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그러나 일부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이 대표의 행동이 당대표로서 부적절했다고 지적한다. 청원글을 올린 A씨의 주장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 대표의 게시글에 한 국민의힘 지지자는 "이준석 30대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당 내부 문제를 언론에 공개하고 너무 미숙하다. 당대표면 당 화합을 위해 힘써야 하는데 당 갈등의 중심에 서있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당 지지자들은 댓글을 통해 "당대표가 당을 해체시키지 못해 안달" "이 대표님 당을 위해 봉사활동 좋지만 언론에 조심스러운 발언 기대한다" "40명 운운하는 것도 현명하지 못했지만 굳이 구체적인 탈당인원을 대표님이 나서서 언급하는 것도 딱히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다" 등 반응을 보였다. 

친야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비판글이 잇따랐다. 누리꾼들은 "이 대표는 답답하고 마음에 안드는 부분이 있으면 당사자나 관계자한테 연락해서 의견 조율을 해야" "자기 정치만 하는 듯" 등 의견을 냈다.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 인터뷰에서 현재 구체적인 탈당자 수를 묻는 질문에 "당대표가 자해하자는 것"이라며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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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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