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 당시 방명록에 '반듯이'라고 적은 것과 관련해 표기 논란이 불거졌다. 잘못 표기됐다며 논쟁의 중심에 선 글귀는 '반듯이 세우겠습니다'이다.
윤 후보는 11일 전남 목표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방문해 '반듯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묻는 말에 "(반듯이는 반드시가 아니라) 똑바로의 의미. 과거 함께 근무한 호남 출신 동료들이 '반듯이 하라' 같은 말을 많이 해서 그렇게 썼다"고 말했다.
전날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민주와 인권의 오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다'고 남긴 방명록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자 이를 바로 잡은 것이다.
방명록 내용이 알려진 이후 여권과 온라인 일부에서는 '반듯이'라는 표현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 이경 부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듯이'를 '반드시'로, '세우겠습니다'를 '지키겠습니다'로 첨삭한 사진을 올리며 "연습하고 갔을텐데 한글도 모르다니 이젠 웃음도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 게시물에 "한글도 모르나" "서울대(졸업)가 의심스럽다" 등 맞춤법이 틀린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댓글을 달았다.
이같은 논란이 일자 윤 후보가 이날 '똑바로'의 의미를 가진 '반듯이'로, 쓰임에 맞게 적은 것이라 반박한 것.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반드시'와 '반듯이'는 뜻에 따라 구별해 써야 한다. '반듯이'는 반듯하다의 '반듯'에 '-이'가 붙어 '비뚤어지거나 기울거나 굽지 아니하고 바르게'라는 뜻이다. 반면 '반드시'는 '틀림없이 꼭'을 의미한다.
한글맞춤법 57항에는 '반드시'의 예시로 '약속은 반드시 지켜라', '반듯이'의 예시로 '고개를 반듯이 들어라'로 들며 각각 구별해 적는다고 규정했다.
이에 윤 후보 지지자들은 "생트집"이라며 여권에 비판을 쏟아냈다. 일부 지지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억까(억지비판)" "바르게 세운다는게 뭐가 잘못된거냐" "무식한 건 그쪽" 등 반응을 보였다.
윤석열 캠프의 김근식 비전전략실장도 페이스북에 "방명록에 '반듯하게' 잘 쓴 글을 비난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바로 오월 정신을 '비뚤어지게' 왜곡하는 사람들"이라며 "오월 정신을 계승하고 앞으로 반듯하게 세워나가겠다는 의미가 저들에게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일부 여권 지지자들은 '반듯하게'의 뜻으로 보면 표현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사과 사진' 논란에 사과하겠다며 찾은 5·18민주묘지에서 '오월 정신이 비뚤어져있다'며 조롱한 것이라고 의심한다.
친여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누리꾼은 "오월 정신이 뭐가 틀렸다는 건가"라며 "사과하러 간 것 맞나"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누리꾼들도 "오월 정신이 비뚤어져 있으니 본인이 반듯이 세우겠다? 이건 사과가 아니라 선전포고" "이제까지는 (오월 정신이) 틀려먹었다는 건가" "의도한거냐" 등 반응을 보였다.
이날 윤 후보는 '오월 정신이 비뚤어져 있다고 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어디가 비뚤어져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오월의 정신이라는 건 우리가 추구해야 할 헌법 정신이고 국민통합 정신"이라며 "오월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정신이라서 오월 정신을 국민통합 정신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 윤 후보는 지난 6월 6·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을 맞아 '김대중도서관'을 찾았을 때도 방명록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윤 후보는 방명록에 '정보화 기반과 인권의 가치로 대한민국의 새 지평선을 여신 김대중 대통령님의 성찰과 가르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를 두고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평을 열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지평선을 열다'는 말은 처음"이라며 "언어의 새 지평을 열었다"며 윤 후보를 지적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