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회가 대선을 앞두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패러디한 영상을 공개했지만 반응이 싸늘하다. '좋아요' 보다 '싫어요'가 2배 이상 많다. 일부 당원들 사이에선 "윤석열 대선 후보 광고는 없어 이준석이 후보인가" "자기 정치가 우선이냐"라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15일 국민의힘 유튜브 '오른소리'와 홈페이지의 발언대 게시판에는 이 대표를 겨냥 '누가 대선 후보인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 비단 주머니 1호로 온라인 공간에서의 댓글 조작'을 막기 위한 '크라켄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비난주머니는 이 대표가 윤석열 대선 후보를 위해 마련한 대선 비책을 의미한다.
문제는 '크라켄' 시연 행사장에서 공개된 영상으로 불거졌다. 이 영상은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회가 대선을 앞두고 제작한 홍보영상물로 현재 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오른소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상을 보면 이 대표는 이영 의원을 만나 분홍색 비단 주머니와 'ㄷㅈㅇ'라고 적힌 명함을 쥐여주며 "디지털 전문가를 찾아달라"고 요청한다. 'ㄷㅈㅇ'는 디지털정당위 축약어의 초성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오징어게임 속 배우 공유처럼 지하철역에서 시민과 딱지치기 게임을 하며 이긴 사람에게 'ㄷㅈㅇ' 명함을 건넨다. 명함을 받은 이들은 사이버보안 전문가, 뉴미디어 전문가 등으로, '정권교체'에 한 목소리를 낸다.
이들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도착해 "어떻게 해야 대선판을 뒤집을 수 있냐"고 묻는데 '프론트맨' 가면을 쓴 이 대표가 "제가 설명해드리겠다"며 등장한다. 이어 ‘디지털 대선을 위한 최강의 디지털 전문가들이 모였다’라는 자막이 나오면서 영상은 끝난다.
전 세계적인 인기 프로그램인 '오징어게임'을 패러디해 당 홍보물을 제작했지만 반응은 시원찮다. 15일 오후 12시45분 기준 '좋아요'는 907개인 반면 '싫어요'는 2200개가 넘었다.
영상에서 공감을 많이 받은 인기 댓글을 살펴 보면 윤 후보 지지자로 보이는 이들이 "제발 후보 좀 밀어달라. 본인이 연예인인가" "20대 대선의 주인공이 당대표인가" "네가 대선 후보냐" "당신이 주인공인가"라고 지적했다.
또 "형 이상한 거 하지 말고 일이나 해" "시공간이 오그라든다" "우리의 당비로..부끄럽다" "안 본 눈 산다" 등의 비판의 목소리도 많았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의 발언대 게시판에도 비슷한 취지의 비판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한 당원은 "정말 속 터진다"며 "이준석 홍보 영상 만들지 말고 윤 후보를 띄우는 홍보를 해서 정권 교체할 생각하라"고 적었다. 또 다른 당원도 "이준석 홍보 영상 만들어서 올리라고 당비 내고 있는 줄 아느냐"고 지적했다.
한편 해당 영상은 온라인 공간에서의 댓글 조작을 막기 위한 '크라켄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 만들었다.
크라켄 프로그램은 주요 키워드를 가지고 포털 기사들을 크롤링(웹상의 각종 정보를 자동화된 방법으로 수집해 분류하는 기술)한 뒤, AI(인공지능) 엔진을 바탕으로 이상 행위를 자동으로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전문 모니터링 요원이 다시 한번 검증한 뒤 여론 조작이 확실시되면 중앙선관위에 신고하는 방식이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