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각종 정책 아이디어를 내놓으며 청년 표심 구애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설익은 정책·공약 제안으로 당내 혼선만 가중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후보가 언급한 전국민 가상화폐 지급 구상이 대표적이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대규모 토지 개발, 부동산 개발에서 나오는 이익을 기초자산으로 해서 전 국민에 가상자산을 지급하고, 전 국민이 거래하게 하면 일종의 가상자산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을 심도 있게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판은 커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런 식으로 말이 안 되는 백서(whitepaper) 한 장 들고 사기 쳐서 돈 뽑아내는 코인을 잡코인이라고 한다”며 “차라리 이재명 헛소리 NFT를 발행하면 재미라도 있고 시장가치도 있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전문가들도 정부 주도로 가상자산을 만들어 유통 시키겠다는 구상은 기존의 통화 질서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부딪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발행 주체가 정부이기 때문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혼선이 빚어질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관계자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충돌할 소지는 없는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관 부처들과 충분한 협의가 없는 정책은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평가다.
20대에 한정한 소득세 면제 아이디어도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재명 선거대책위원회의 청년본부는 연소득 5000만원 이하 20대 청년의 소득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특정 세대에게 소득세를 완전면세하겠다는 생각은 오히려 해당 세대를 고립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는 “29세는 소득세가 없다가 갑자기 30세가 되면 소득세를 징세하는 것은 무슨 형태의 공정이냐. 생일선물이냐”라며 “다급해진 이 후보 측에서 아무 말 대잔치에 이어 아무 공약 대잔치를 시작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 후보의 공약을 둘러싼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음식업 총량제, 주 4일근무 등 정제되지 않은 정책 아이디어를 내놓은 후, 수습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는 탓이다. 그는 자신이 언급한 지난 28일 음식점 총량제에 대해 “당장 시행한다는 것은 아니고 고민해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주 4일제 도입에 대해서도 한 발 물러섰다. 이 후보는 “우리 사회의 화두 중 하나로 논의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다고 지금 공약해서 국가 정책으로 시행하기에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이르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 정책을 향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표심을 위해 ‘던지고 본’ 일회성 정책 구상은 청년층의 표심을 얻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진중권 전 교수는 CBS라디오 ‘한판 승부’에서 “(이 후보가) 전혀 검증되지 않은 정책들을 막 던지고 있는데, 이는 국민 관심을 돌리기 위해서 설익은, 검토도 안 된 정책들을 마구마구 던진다는 느낌”이라며 “예를 들어 음식점 허가 총량제는 던졌다가 비판이 많으니까 ‘그냥 아이디어였다’고 하고, 주4일제도 던졌다가 반발이 있으니까 ‘그냥 나중에 하자는 얘기다’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대선후보도 부정적인 평을 내렸다. 그는 “퍼주기 경쟁이 당장 득표에 유리하다는 계산을 끝낸 모양이지만, 청년들은 그게 다 자신들이 갚아야 할 돈으로 생색내는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정책 대결하랬더니, 도박판을 벌이고 있고, 나라 빛을 판돈으로 삼아 기득권 양당 후보들이 ‘쩐의 전쟁’을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손양훈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표심을 위한 퍼주기 공약은 청년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재원을 마련할 방안도 분명치 않은 데다 국가 재정이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