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학교 시리즈’가 이번엔 특성화고를 배경으로 새 판을 짰다. 여타 드라마에서 다뤘던 입시 경쟁이 아닌, 꿈을 향해 달려가는 열여덟 청춘의 이야기를 다룬 KBS2 ‘학교 2021’이 24일 첫 방송됐다. 풋풋함과 설렘, 그 사이에 진로를 향한 현실적인 고민이 촘촘히 스며들었다.
‘학교 2021’은 코믹하면서도 주인공의 전사(前史)를 발랄한 분위기로 그려내며 막을 올렸다. 첫 방송부터 등장인물 각각의 이야기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공기준(김요한)은 발목 부상으로 태권도를 관뒀으나, 실은 자신의 재능이 부족했기 때문임을 안다. 진지원(조이현)은 어릴 때부터 꿈꾸던 목수가 되기 위해 현장 실습 교육에 자원하지만 선생님에게 우려 섞인 시선을 받을 뿐이다. 미지의 전학생 정영주(추영우)는 공기준과 마주치자마자 날을 세우고, 신임 교사 이강훈(전석호)은 학생을 돌보기보단 정시 퇴근에만 급급하다. 그에게 입시 상담을 받고자 한 강서영(황보름별)은 망연자실할 뿐이다.
캐릭터마다 성장할 여지가 뚜렷하다. 11년 동안 매진했던 태권도를 관두고 돈을 벌기 위해 조급해하는 공기준의 모습은 갈 길을 잃은 청소년 자체다. 소꿉친구인 진지원과는 편한 듯 묘하다. 서로를 의식하는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설렌다. 반면 정영주와 공기준 사이엔 냉랭함만 흐른다. 인물 간 관계만으로도 풀어낼 이야기가 풍성하다. 청소년 드라마인 만큼 진로 고민도 빼놓을 수 없다. 꿈이 확실한 사람과 꿈이 사라진 사람, 꿈을 좇기보다는 현실적으로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려는 사람. 개개인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기존의 ‘학교’ 시리즈와는 결이 다르다. 왕따 문제와 폭력 등 방황하는 청소년의 일탈보다는 여느 또래들과 마찬가지로 진로 고민에 빠진 학생들의 성장을 다룬다. 마냥 무겁지도, 가볍지만도 않다. 우리네가 거쳐 온 고민의 순간들이 현실적이되 반짝반짝 빛나게 담겼다. 신예 배우들의 신선한 매력은 ‘학교’ 시리즈의 맛을 살린다. 동갑내기로 꾸려진 출연진의 호흡은 생동감이 넘친다. 영상미도 좋다. 청소년의 사랑과 진로 고민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보는 재미가 있다.
■ 볼까
풋풋한 매력을 느끼고 싶은 시청자에게 추천한다. 힘이 잔뜩 들어간 장르 드라마 무게에 짓눌렸던 시청자에게도 권한다. 분위기를 환기할 만한 드라마다. 일상에 지쳐 드라마라도 유쾌하게 보고 싶다면, 열여덟 그 시절의 풋풋함을 돌아보고 싶다면 ‘학교 2021’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다.
■ 말까
사춘기 청소년들의 갈등 구도나 고민에 쉬이 공감되지 않는다면 다른 작품을 추천한다. 다소 유치한 장면도 있다. ‘학교 2013’이나 ‘후아유 - 학교 2015’의 분위기와는 상반된다. 전작 분위기를 기대한 시청자에겐 권하지 않는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