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대기 걸어뒀어요”…말기암환자에 ‘존엄사’ 먼 얘기  

“호스피스 대기 걸어뒀어요”…말기암환자에 ‘존엄사’ 먼 얘기  

코로나19로 일부 운영 중단…정부, 요양병원형 모델 개발 나서

기사승인 2021-11-26 06:45:01
쿠키뉴스DB

 

“마지막을 편하게 고통 없이 보내고 싶다고 하는데 호스피스 자리가 없어요. 대기를 걸어두었는데 들어가기 힘들다고 하네요. 기약 없는 대기는 정말 화가 납니다. 요양병원마저 들어가기 힘들어요.”

암 환우들과 가족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말기 암환자와 가족들이 입원 가능한 호스피스 병동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암환자들이 임종장소로 적합하지 않은 응급실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등 ‘존엄사’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이하 호스피스) 서비스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의 심리 사회적, 영적 어려움을 돕기 위한 서비스로, 서비스 유형에 따라 입원형, 가정형, 자문형으로 나뉜다. 호스피스 전문기관에 입원은 여명을 예측할 수 있는 말기 암환자만 가능하다. 

국내 사망 원인 1위인 암의 경우 임종에 이르는 원인이 다양하고, 그 과정에서 심한 통증이 발생하기도 해 치료와 돌봄이 동시에 필요한 경우가 많다.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입원형 호스피스는 환자가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통증 및 신체적 증상 완화를 위한 치료와 웰다잉(well-dying) 준비를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국공립 의료기관 위주로 서비스가 이루어지다보니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이후에는 감염병 환자 진료로 인해 호스피스 병동이 문을 닫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중앙호스피스센터에 따르면, 지난 6월30일 기준 코로나로 휴업신고를 한 호스피스전문기관은 17곳이다. 

민간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서울을 기준으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과 고려대 구로병원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나머지 빅5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은 자문형, 가정형 등 다른 유형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구로병원 관계자는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려면) 2주~2개월 정도 대기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말기 암환자와 가족들은 돌봄 문제에 직면한 상태다. 

김범석 서울의대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최근 열린 국회 심포지엄 ‘코로나19 유행에서 관찰된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한 개 상급종합병원에서 2019년과 2020년 동안 전체 암환자의 의료이용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말기 암환자와 가족이 경험하는 간병‧돌봄에는 변화가 있었다. 

김 교수가 사망한 암환자 1456명(2019년 752명, 2020년 704명) 의료이용을 분석한 결과, 암환자의 임종장소로 적합하지 않은 응급실에서의 임종이 2019년 53명에서 2020년 99명으로 두 배가량 유의하게 증가했고, 사망 전까지 응급실에서 체류하는 시간도 유의하게 증가했다. 호스피스 병상이 코로나19 전용 병상으로 전환되면서 임종 증상에 이르러 준비되지 않은 채 다급하게 응급실을 찾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임종 전 섬망(환각 및 착각이 나타나며 심한 불안이 동반됨)과 같은 증상관리가 충분히 되지 않고, 연명의료를 받는 환자도 증가했다.  

임종 3일 전 섬망 증상을 경험한 환자는 2019년 10.9%에서 2020년 17.19%로, 승압제 사용 환자는 같은 기간 52.3%에서 59.2%로 모두 유의하게 증가했다. 

또 호스피스 의뢰가 늘었음에도 심폐소생술 시행은 12.5%에서 16.3%로, 혈액검사, 영상검사, 모니터링 등은 각각 81.1%에서 98.0%, 60.4%에서 75.8%, 86.8%에서 99.0%로 증가해 지난해에는 대다수의 말기 암환자에게 시행됐음이 확인됐다. 이는 코로나19 전에 비해 코로나19 시기에 임종 전 증상관리가 잘 되지 않고 불필요한 의료행위가 다소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족 간에 인간적 상처를 남기는 사별 사례도 늘었다. 

지난 9월~10월 간 말기암환자 50명과 보호자(가족) 36명을 대상으로 심리사회적 문제를 조사한 결과,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면회제한으로 인해 버림받았다는 느낌과 고립감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고, 가족들 역시 환자의 임종기를 함께 하지 못한데서 심리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말기 암환자 돌봄 지원을 위해 요양병원형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시범사업 중인 자문형 호스피스 서비스도 본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대응 전담병원 중 공공의료원을 중심으로 호스피스 병동이 휴업하고 있다. 당장 코로나 상황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운영 재개는 어렵다”라면서도 “대신 기존에 시범사업으로 하고 있던 자문형 호스피스를 내년 상반기 본 사업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입원형은 아예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는 거고, 자문형은 암환자가 치료를 위해 입원한 일반병동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호스비스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통증을 관리하고 임종을 앞둔 상황에서 불안한 심리 등을 지지하는 거라 입원형과 질적 차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기관 지정을 시작하면 서비스를 받는 환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보다 많은 환자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요양병원형 모델’도 개발하고 있다. 전문기관 수나 병상을 무작정 늘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정이나 요양병원 등에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유형을 다양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요양병원 몇 개소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수가 등 개선의 필요성이 있어서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당초 올해 중 시범사업을 시행하려고 했지만 지연됐다”라며 “내년 중에는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새로 시범사업을 실시할 때 기관들을 다시 모집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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