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언급한 가운데, 각 대선후보가 이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드러냈다. 여야 주요 대선후보는 사실상 반대의사를 내비쳤고, 제3지대 대선주자들은 찬성 입장을 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20년 전 우리는 인권이나 차별금지법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이라는 기구법 안에 인권 규범을 담는 한계가 있었다”며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인종·종교·장애·성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막는 것을 골자로 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된지 14년간 발의와 폐기를 반복했다. 현재 국회에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 이상민·박주민·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총 4건의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상태다.
각 대선후보는 차별금지법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거대양당 주요 대선후보는 반대·유보 입장을 밝혔고, 제3지대 대선주자들은 찬성한다는 의사를 드러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했다. 그는 25일 서울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캠퍼스 총회에서 “평등을 지향하고 차별을 막겠다고 하는 차별금지법이라도 개별 사안마다 신중하게 형량 결정이 안 돼서 일률적으로 가다보면 개인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문제가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헌법상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고 (교계) 지도자들도 부인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그것(차별금지법)이 현실에서 잘못 작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금지법은) 당면한 현안이거나 긴급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앞으로 가야 하는 방향을 정하는 지침 같은 것”이라며 “해외에도 왜곡 사례가 존재하니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국민적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별금지법에 비판적인 기독교계를 의식해 속도조절의 필요성을 시사한 셈이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꾸준히 제정을 촉구하는 입장이다. 차별금지법은 민주주의 기본법이자 인권법으로서 종교계도 대다수가 제정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후보를 겨냥해 “차별금지법을 나중에 제정하려거든 대통령도 나중에 하라”고 경고했다. 윤 후보를 향해서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으려면 대통령도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김동연 대선후보도 차별금지법 제정에 힘을 실었다. 그는 지난 10일 쿠키뉴스 주관 ‘2022 대선 후보들과 MZ세대, 청년 정책을 이야기하다’ 화상토론회에서 차별금지법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 후보는 “어떤 형태로든 차별에 대해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차별을 시정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이 실질적으로 충분히 구비되는 것이 맞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