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청룡영화상의 선택은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였다.
26일 오후 8시30분 서울 여의도동 KBS홀에서 배우 김혜수와 유연석의 진행으로 제4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시상식에서 ‘모가디슈’는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조연상 등 굵직한 상을 수상하며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1991년 소말리아 내전으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된 남북 외교관의 탈출기를 그린 ‘모가디슈’는 지난 7월 개봉해 약 361만 관객을 동원한 올해 최고 흥행작이기도 하다.
‘부당거래’, ‘베테랑’에 이어 ‘모가디슈’로 세 번째 청룡영화상 감독상을 수상한 류승완 감독은 “세상에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혼자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영화를 만드는 건 혼자 할 수 없는 일 중 하나다. ‘모가디슈’는 특히 더 그랬다”며 “케냐, 모로코까지 온 수많은 배우들이 4개월 동안 저에게 믿음과 확신을 주고 함께 험난한 과정을 가졌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거리두기 4단계에 개봉하는 건 정말 고민 많았다”며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손길이 담긴 화면과 사운드를 온전히 감상해주신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설경구)이 바다 생물에 매료돼 책을 쓰는 이야기인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 역시 대부분 부문에서 ‘모가디슈’와 경쟁하며 5관왕에 올랐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설경구는 동방우, 정진영, 방은진, 김의성, 류승룡 등 함께 출연한 동료 배우들을 언급하며 “2~3시간 찍으러 왕복 15~16시간이나 되는 먼 길을 촬영하고 가면서 즐겁게 힐링했다고 하는 덕분에 적은 예산에도 큰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어 “‘자산어보’ 속 대사처럼 구정물, 흙탕물 마다 않는 자산 같은 배우가 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지난 1월 개봉해 약 8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친 영화 ‘세자매’(감독 이승원)는 여자배우상을 모두 수상해 눈길을 끌었다.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이 된 배우 문소리는 함께 출연한 김선영, 장윤주 배우의 딸을 언급하며 “그 딸들이 폭력과 혐오의 시대를 넘어서 당당하고 환하게 웃으면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영화”라고 ‘세자매’를 소개했다. 이어 “이 땅의 모든 딸들에게 그 마음이 전해졌으면 했지만, 코로나 시국에 개봉해서 아쉽게도 많이 전해지진 못한 것 같다. 윤여정 선생님과 홀리뱅 언니들 같은 멋진 언니들이 있어서 우리 딸들의 미래가 더 밝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김선영은 “‘세자매’는 작은 영화인데 후보에 5개나 오른 걸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신인감독상은 영화 ‘내가 죽던 날’의 박지완 감독이, 신인남우상과 신인여우상은 영화 ‘낫아웃’의 배우 정재광과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의 배우 공승연이 각각 수상했다. 영화 ‘승리호’는 OTT 공개 작품으로는 최초로 기술상을 받았다.
이날 시상식에선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이 무대에 올라 배우들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냈다. 또 ‘미나리’의 한예리가 지난해 남우주연상 주인공인 배우 유아인과,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의 배우 이정재가 동료 배우 정우상과 시상을 위해 각각 무대에 올라 주목받았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