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대선 말말말’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쏟아진 정치권의 ‘말’을 풀어보는 코너입니다.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나온 말들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지난 한 달여 간에 걸친 갈등을 극적으로 봉합한 국민의힘이 정권교체를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체제’로 출범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를 맹공했다. 주도권을 둘러싼 내홍 끝에 구태 정치인을 소환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리더십 부재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與 “반창고로 땜질한 선대위”, “구태 3김 선대위”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선대위 공보단장인 박광온 의원은 지난 5일 논평을 통해 “반창고로 땜질한 선대위가 얼마나 유지될지 의문스럽다”며 “윤 후보는 한 달간 구태의 결정판 3김 체제에 매달리고, 문고리 실세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에 휘둘리고, 이준석 대표와 김 전 위원장에 끌려다녔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갈등을 ‘파워 게임’으로 평가절하한 셈이다.
정치권에서 파장을 일으킨 윤핵관도 거론했다. 동시에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의 손을 잡게 된 이유를 ‘리더십 부재’라고 규정했다. 박 의원은 “전권을 쥔 김 전 위원장과 공을 탐하는 윤핵관과의 충돌은 시간문제”라며 “자성과 혁신 없는 땜질형 미봉 선대위가 원만히 가동 될 수 없다. 한 번 쓰고 버릴 반창고 선대위는 윤석열의 리더십 확보가 아닌 리더십 부재만 확인시켰다”고 주장했다.
다만 여당은 대선 구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새다. 이 후보의 정치 행보와 비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이 후보의 리더십과 대조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이 후보 중심으로 재편한 민주당 ‘슬림형’ 선대위와 대비 효과를 거두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이 야권의 ‘킹메이커’로 꼽히는 김 전 위원장의 등판을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민주당 선대위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지난 4일 브리핑에서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의 선대위 참여 거부로 불거진 내부 갈등을 ‘김종인 위원장 중심의 3김 선대위’라는 반창고로 봉합했다”며 “국민께 사과 한마디 없이 폭탄주에 취해 만든 봉합의 결말이 고작 ‘구태 3김 선대위’라는 점도 유감스럽다”고 했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예상대로 윤 후보는 김 위원장에게 대선에 관한 모든 권한을 주고 이 대표와 함께 다시 모셔왔다”며 “혼자서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윤 후보의 리더십과 숙의와 결단을 통해 책임을 지는 이 후보의 리더십을 비교해 보자”고 적었다.
野 “독재 시각에선 민주주의 이상할 것”, “민주당 찢으러 가겠다”
국민의힘은 즉각 맞받아쳤다. 김은혜 선대위 대변인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후보 혼자선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이재명 후보 측에선 아무리 봐도 국민의힘이 이상하게 보일 것”이라며 “독재의 시각에선 민주주의가 이상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고 응수했다.
이어 “‘이재명의 민주당’처럼 일사천리로 지시하면 될 것을, 번거로운 협상 대신 날치기하면 될 것을, 굳이 대화하고 설득하며 기다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선거대책위원회를 매머드에 비유하며 정권교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민주당이 아무리 삐딱하게 보려고 해도 국민은 어려운 정치적 조정을 해낸 윤석열 후보의 정치력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위 ‘울산합의’라고 부르는 후보·원내대표·저의 회동은 선거를 앞두고 지금까지 가졌던 여러 이견을 허심탄회한 대화로 조율해 낸 정치적 소통의 결과물”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대표는 자신의 제안이 효과적이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누구나 역할이 있는 ‘매머드 선대위’의 구상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털을 좀 깎아내고자 제안한 것”이라며 “악취나 파리떼가 많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거기에 검증된 코끼리 운전수인 김 전 위원장까지 합류했다”며 “매머드에서 업그레이드도 잘된 코끼리 선대위는 이제 민주당을 찢으러 간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전문가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등판이 민주당을 압박하는 ‘필수 카드’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후보 선대위에는 전략이 뛰어나고 정치적 상징성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며 “윤 후보가 대선을 승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사람은 김 전 위원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