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11시 경기 마석 모란공원에서 고 김씨를 기리는 추모제가 진행된다. 유가족과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단체 등에서 참여한다. 고 김씨는 지난 2018년 12월10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 숨졌다. 홀로 석탄 운송 컨베이어 벨트 밑에 떨어진 석탄을 치우다 사고를 당했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2019년 4월3일 ‘고 김용균 산재 사망사고 원인규명 및 진상조사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를 출범시켰다. 4개월여의 조사 끝에 제2의 김용균을 막기 위해서는 원·하청 고용구조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정부는 같은 해 12월 관계부처 합동 발전산업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른바 ‘김용균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도 국회 문턱을 넘었다.
발전소 노동환경은 달라졌을까. 정부는 지난 8일 ‘발전산업 안전강화방안 이행점검보고서’를 발간했다. 정부에 따르면 안전강화방안 발표 후 관계부처들의 개선 노력으로 56개 관련 과제 중 47개가 완료됐다. △안전펜스 설치 등 위험요인 개선 △유해·위험작업 2인1조 투입 위한 인력 충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김용균법) 및 법 위반 시 양형기준 상향 등이다. 협력사 노동자 고용 안정과 산업안전감독관 확충 등은 나머지 9개 과제는 현재 개선 진행 중이다.
노동 현장의 의견은 다르다. 김용균재단은 9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김용균 특조위 이행점검 보고회’를 진행했다. 김용균재단은 “특조위가 권고한 발전현장 안정강화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노동자 직접고용 정규직화 △노무비 착복 근절 △안전보건체계 구축은 여전히 답보 상태”라며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고용구조와 노동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정부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 노동자는 ‘위험의 외주화’가 지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저탄장에서는 매일 화재가 발생한다. 노동자들은 소방호스를 갖고 ‘석탄산’을 올라가 불을 직접 끈다. 분진폭발도 예사다. 개구부에 상체를 넣고 일하는 노동자가 떨어지지 않도록 동료 노동자가 발목을 붙잡는 모습도 변함없다. 이태성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는 “여전히 충격적인 현실 앞에서 정부가 얼마나 발전소 현장 노동자와 약속을 지켰는지 반문하고 싶다”며 “우리가 현장을 개선해달라고 언제까지 외쳐야 하느냐”고 질타했다.
특조위에서 민간위원으로 활동한 권영국 변호사도 안전 관련 진전된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2인1조 근무를 위한 인력충원과 안정된 방호울타리 등 개선된 측면도 있다”면서 “‘완료’ 기준으로 보고서에 담긴 내용과 실제 현장의 괴리가 크다. 노동자들은 여전히 저탄장에서 일어나는 화재를 매일 마주한다.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발전노동자의) 정규직화는 단순한 처우 개선이 아니다.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핵심적인 문제”라며 “직접 고용 정규직화 관련해서는 (정부위원과 의견이 달라) 격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천신만고 끝에 법이 통과됐지만 노동자를 보호하기에는 부족하다. 2018년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다. 그러나 도급 금지의 범위를 협소하게 정했다. 심지어 고 김씨의 업무였던 전기사업 설비 운전 등은 도급 금지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했지만 2인1조 작업 의무화 등은 시행령에 반영되지 않았다. 또한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고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었지만 반쪽짜리로 후퇴됐다. 지난해 대비 더 많은 사람이 노동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며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노동자의 권리를 찾기 위한 길잡이가 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