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지난 2000년 민영화 이후 21년만에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 지주사 전환으로 주력 사업인 철강업 이외에 신성장 사업을 재평가받기 위한 목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전날(10일) 이사회를 열고 물적분할 방식으로 지주사 체제 전환을 결정했다. 물적분할은 모회사가 신설되는 자회사 주식을 전부 소유해 자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는 기업 분할 방식이다. 이에 현재 철강 사업을 영위하는 포스코가 지주사 ‘포스코홀딩스’가 돼 자회사를 거느리고, 떼어진 비상장 자회사가 ‘포스코’라는 사명을 쓰고 철강 사업을 맡는 구조다. 신설 자회사의 지분은 지주사가 100% 보유한다.
포스코는 물적분할 결정하면서 철강 자회사는 비상장으로 남기겠다고 밝혔다.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하는 기존 주주 반발을 예상한 조치로 지주사 내 향후 신설되는 법인들도 상장을 지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철강 자회사를 비상장 하면 실적이 지주사에 모두 반영돼 주주가치 훼손은 발생하지 않는다.
인적분할 대신 물적분할 방식을 택한 이유는 내년부터 강화되는 공정거래법으로 포스코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달 30일부터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지주사의 자회사 의무 지분율을 기존 20%에서 30%로 상향해 인적분할 시 포스코는 지분율 17%를 추가 확보해야 한다.
포스코 지주사 전환은 그동안 공을 들여 추진하는 신성장 사업에 대한 시장의 합리적인 평가를 받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동안 포스코가 철강과 비철강 사업을 함께 영위하면서 사업을 꾸렸는데 철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보니 함께 추진 중인 신성장 사업들이 주목받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
포스코는 양극재 사업을 하는 포스코케미칼과는 별개로 자체 원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의 원료인 리튬과 니켈을 수급해 제련하고 재판매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 외 국내외 이차전지소재, 수소 사업 등에서 적극적으로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포스코의 주가는 저평가됐다”며 “포스코가 철강 중심 기업이라는 인식 때문에 신성장 사업에 대한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지 못한다는 의견이 그룹 안팎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다만, 포스코 지주사 전환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압도적인 지분을 확보한 주주가 없어 경영권 확보에 취약하고, 물적분할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다. 내달 최종 의결기관인 주주총회서 지주사 전환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포스코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 9.75%)이 LG화학, SK이노베이션의 물적분할 당시에도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해 이번도 비슷한 결정을 내릴 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한 소액주주들의 반대 여론도 거센 상황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주사 전환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중대재해처벌법 피하기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까지도 나온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지주사 체제로 바꿔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노동법 전문가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 관리에 대한 예산, 인력 조직 등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지닌 사람을 처벌하는 법”이라면서 “지주사 아래 독립된 법인이 있고 대표이사가 존재한다면 지주사 대표는 중대재해 처벌 부담에서는 다소 멀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지주사 전환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과거 경험해보지 못한 혁명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시점이야말로 경영구조 재편에 최적기라는 이사회의 공감대가 있었다”며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사업별 전문성을 강화하고 미래 신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육성함은 물론, 그룹 사업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내년 1월 28일 임시 주총을 열고, 지주회사 체제 전환 승인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