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된 김포 장릉 앞 아파트 공사가 재개된다. 법원에서 건설사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문화재청 소관 문화재위원회가 사실상 철거 권고 조치를 내려 김포 장릉 아파트의 철거 위기는 여전한 상황이다. 특히 행정소송이 장기화될 경우 예비입주민들의 피해는 불가피해 보인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대광이엔씨(시공 대광건영)와 제이에스글로벌(시공 금성백조)이 제기한 문화재청의 공사중지명령에 대한 집행정지신청을 인용했다. 건설사들은 즉시 공사재개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지난 9월 30일부터 중단됐던 공사가 70일 만에 재개된다.
앞서 문화재청은 건설사 3곳을 대상으로 문화재 반경 500m 안에 포함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사전 심의를 받지 않고 아파트를 지어 문화재 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경찰 고발과 함께 9월 30일부로 공사 중지를 명령했다.
이어 문화재청은 건설사들의 개선안을 받아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했지만 사실상 철거 권고 조치를 내렸다. 문화재청 소관 문화재위원회는 9일 김포 장릉 아파트 현상변경 신청 심의 결과 ‘보류’ 결정을 내렸다. 대방건설이 ‘건물 높이를 조정하지 않은 개선안’을 제출하자 김포 장릉의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역사문화환경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위원회는 이미 들어선 삼성쉐르빌아파트와 연결한 마루선(스카이라인) 밑으로 건축물 높이를 조정하는 개선안을 2주 내에 제출해야만 재심의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대방건설 아파트 5개동을 최대 9m 가량 잘라내고, 22세대를 줄이는 방안을 제출하라는 통보다.
대광건영과 금성백조는 이미 심의 결과가 철거로 기울었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8일 현상변경 요청을 철회하고 행정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여기에 공사중지 명령에 대해 가처분 신청도 병행했다. 가처분 신청은 1심에서 기각됐지만 항고심에서 인용 결정이 나왔다.
공사 재개 됐지만, 행정소송 지면 철거 위기
법원의 가처분신청 인용에 따라 공사 재개에도 입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언제 아파트가 철거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대광건영과 금성백조는 각각 내년 1월과 3월 문화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개시할 예정이다.
행정 소송이 본격화되면 핵심 쟁점은 토지를 건설사에 매각한 인천도시공사가 2014년 받은 현상변경 허가의 유효성 여부가 될 전망이다. 인천도시공사는 2014년 8월 28일 김포시청으로부터 현상변경 허가를 받은 이후 토지를 건설사들에 매각했다. 문화재청은 3년 뒤인 2017년 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김포 장릉 반경 500m 안에 짓는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은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고시했다.
건설사를 비롯해 인천도시공사와 사업의 승인권자인 인천 서구청은 이미 2014년 현상변경 허가를 받은 만큼 추가로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문화재청은 택지개발사업과 주택건설사업에 대한 현상변경은 엄연히 달라 건설사들이 별도의 허가를 받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성백조 측은 “문화재보호법 제35조 제1항에 의한 현상변경 신청 의무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고자 행정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소송 이유를 설명했다.
“대출 위기 넘겼지만 입주 막히면 길바닥에 나앉는다”
김포 장릉 앞 아파트 예비입주민들은 공사 재개로 턱 밑까지 차오른 대출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3개 아파트 단지의 중도금대출 취급 금융기관 중 국민은행과 수협은행은 앞서 공사가 계속 중단될 경우 대출 취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대광로제비안 아파트 예비입주민 대표는 “14일까지 공사가 재개되지 않으면 대출을 중단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이번 공사 재개로 다행히 한 고비 넘겼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예비입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한 상황이다. 그는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다고 해도 우리가 입주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입주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전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입주가 지연되면 많은 사람들이 길바닥에 나앉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많은 예비입주민들이 매일을 불안과 초조함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