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의민 “중심을 잡고 싶다” [쿠키인터뷰]

래퍼 의민 “중심을 잡고 싶다” [쿠키인터뷰]

기사승인 2021-12-10 18:40:21
신곡 ‘쉘 위 고’(Shall We Go)를 낸 래퍼 의민.   푸이(phooey) 제공.

래퍼 의민은 한 마디로 ‘엄친아’다. 반듯한 외모에 훌륭한 학업 성적,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음악 DNA’까지 모자란 면이 없다. 그런 그가 친구들 사이에선 ‘돌연변이’라고 불린단다. 무슨 일일까.

의민은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치고 바이올린을 켰다. 플롯을 전공한 어머니, 의대 재학 시절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클래식 악기를 배웠다. 그가 돌연 힙합에 심취한 건 고등학생 때다. 학교 축제에서 랩 공연을 한 뒤로 ‘무대의 맛’에 빠졌다. 밴드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며 느꼈던 갈증이 해소되는 듯했다.

“밴드로 공연할 땐 늘 누군가의 뒤에 가려져 있었어요. 혹여 실수라도 하면 ‘쟤 때문에 망쳤다’는 말을 듣기도 했고요. 그런데 랩을 하니 반응이 달랐어요. 가사를 틀렸는데도 호응이 쏟아져 나왔죠.” 지난달 서울 합정동 푸이 사무실에서 만난 의민은 이렇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돌아보면 저조차도 제 피아노 공연 영상을 끝까지 본 적이 없어요. 클래식을 공부한 경험에서 많은 도움을 얻고는 있지만, 클래식이 제 길은 아니었던 거예요.”

의민.   푸이 제공.

의민이 돌연변이로 불리는 이유는 또 있다. 그는 경희대에서 사회학을 공부하며 음악 활동을 병행 중인 ‘투잡러’다. 한때는 휴학 후 음악에 전념하리라는 다짐도 품었지만, ‘소속감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선배 뮤지션들의 조언에 생각을 고쳤다. 의민은 “‘학교 동기가 어느 회사에서 인턴십을 한다더라’는 소식에 열등감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남들보다 100배 더 애써야 한다’며 마음을 다 잡는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은 제 진로를 다르게 기대했을지도 몰라요. 다만 부모님은 제 꿈을 지지해주셨어요. 그렇다고 걱정을 하지 않으신 건 아니죠. 어머니도 음악을 전공하셨으니, 이 길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아셨거든요. 그래도 저는 부모님께 제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 보이고 싶어요. 과정이 아니라 결과를 통해서요.”

2021년은 의민이 자신을 증명하기 시작한 첫 해다. 지난 3월 데뷔 싱글 ‘뱃머리 소년’을 낸 데 이어 지난달 13일 두 번째 싱글 ‘쉘 위 고’(Shall We Go)를 발표했다.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뱃머리 소년’과 달리 ‘쉘 위 고’는 콘셉트에 충실한 노래다. 의민은 평소 즐겨보던 뮤지컬 영화와 하이틴 영화 속 발랄한 감성을 노래로 옮겨 왔다. 곡 속 화자는 “저돌적이고 애교 많은” 연하남으로 설정했다. 피처링한 싱어송라이터 체리콕은 이 곡에서 연애에 능수능란한 누나 캐릭터를 연기했다.

‘쉘 위 고’ 온라인 표지.   푸이 제공.

의민은 무대 위 자신을 상상하며 ‘쉘 위 고’를 만들었다. 후렴구엔 관객이 ‘떼창’할 수 있는 구간도 넣었다. 음원을 녹음할 땐 굵은 남자 목소리, 높은 여자 목소리 등 다양한 톤을 겹쳐 여러 사람이 합창하는 듯한 분위기를 냈다. 의민은 “‘공연장에서 떼창하기 좋은 곡’이라는 리뷰가 인상 깊었다”면서 “작업 당시 고민이 많았는데 결과물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요즘 의민의 머릿속을 채운 단어는 ‘코어’(중심)다. 문학과 미술 등 다른 장르 예술을 접하면서 ‘이들은 어떻게 자신의 코어를 표현하는가’를 탐구한다고 했다.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도, 변화하되 개성을 잃지 않는 것도, 모두 중심이 또렷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그는 믿는다.

“중학교 3학년 때 폴 매카트니의 내한 공연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트렌디하면서도 자신만의 클래식이 있고, 대중적이면서도 인장이 뚜렷한 모습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저도 뮤지션으로서 제 중심을 잡고 싶어요. 나이를 먹어서도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단단한 코어를 가진 뮤지션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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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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