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대박도 옛말… 화제성·2049 주목하는 방송가

시청률 대박도 옛말… 화제성·2049 주목하는 방송가

기사승인 2021-12-11 06:00:06
JTBC 토일드라마 ‘구경이’의 한 장면. ‘구경이’는 저조한 시청률을 보였으나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 주간 시청 순위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JTBC ‘구경이’ 제공.

국민 드라마가 존재하던 때가 있었다. 전 국민이 같은 드라마를 ‘본방사수’하기 위해 귀가를 서둘렀던 그때 그 시절. 시청률 30% 정도는 돼야 ‘대박’ 소리를 듣던 때였다. 드라마, 예능 등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창구가 TV뿐이었을 때의 이야기다. 

이젠 시대가 달라졌다. 정해진 시간에, 편성된 콘텐츠를 TV 앞에서 보던 건 옛일이다. VOD와 위성방송·케이블 채널이 우후죽순 생겨나던 때를 넘어 OTT 플랫폼이 등장했다. 시청자들은 원하는 때에 원하는 콘텐츠를 원하는 배속으로 선택해 본다. 더는 TV 앞에서 본방송을 하염없이 기다리지 않는다. 한 콘텐츠가 방송 채널과 OTT에서 동시 공개되는 게 낯설지 않은 일이 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OTT를 타고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국내 OTT로 공개돼 입소문을 타고 화제를 모으는 일도 있다. 시청률은 낮아도, OTT 플랫폼 시청 순위에서 상위권에 이름 올리는 작품 역시 생겨났다. 

방송 생태계가 변화하며 시청률 중요도 또한 낮아졌다. 모바일 중심의 콘텐츠 플랫폼이 대거 등장하며 시청률이 콘텐츠의 흥망성쇠를 대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콘텐츠 제작사가 배포하는 보도자료에 전체 가구 시청률 외 2049 시청률과 화제성이 포함된 지 오래다. 방송 관계자들은 “시청률 외에도 콘텐츠 파급력과 화제성 등 정성적인 부분을 더 참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vN과 국내 OTT 티빙(TVING)에서 동시 편성된 드라마 ‘해피니스’. ‘해피니스’는 시청률 3%대를 기록 중이나 높은 화제성을 보이고 있다. 10일 트위터가 발표한 ‘2021 #온리온트위터(#OnlyOnTwitter)’ 통계에 따르면, ‘해피니스’는 SBS ‘펜트하우스’에 이어 ‘올해 화제의 드라마’ 2위에 올랐다.   tvN 제공.

다수 관계자는 “시청률로 성패를 논하는 건 옛말”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온라인 반응과 댓글 수, 동영상 클립 조회 수 및 SNS 실시간 트렌드 등 화제성을 판단할 여러 요소가 많다”면서 “내부적으론 정량적 수치 외에도 정성적인 부분을 더해 성공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청률이 사실상 객관적 지표로서 효용을 잃은 것”이라고 짚으며 “시청률이 낮다고 해서 인기가 없다고 볼 수 없고, 작품성을 폄하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방송사 관계자들 역시 시청률의 위상이 하락한 것엔 대부분 공감했다. 수입 대부분을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방송사는 현재도 시청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은 가구 시청률이 아닌 개인 시청률로 눈을 돌렸다. 광고주들이 참고한다는 2049 시청률이 대표적인 개인 시청률 통계 자료다. 지상파 방송국의 한 관계자는 “방송 환경이 변한 만큼 가구 시청률이 갖는 가치가 이전만 못한 건 사실”이라면서 “광고의 주 소비층이자 온라인에서 화제성을 이끄는 2049 시청률을 더 중요히 보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시청률이 아예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라면서 “종이신문 시대가 저물었다 해도 여전히 구독자가 있듯이, 시청률 역시 아직까진 방송사가 활용하는 주요 지표”라고 의견을 전했다.

이들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새 지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객관성이 담보된 지표가 없다는 게 그 이유다. 일례로, 한 업체가 제공하는 화제성 지수 순위에는 TV프로그램에 비해 OTT 콘텐츠를 찾아보기 어렵다. 화제성을 산정할 때 뉴스 기사량과 블로그·커뮤니티, 동영상, SNS 등에서의 네티즌 반응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한꺼번에 공개하는 OTT 특성상 회마다 나오는 실시간 기사가 없어 순위 책정에 불이익을 받는 꼴이다. 관계자들은 “지상파, 케이블 채널과 OTT 등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난 만큼 정량적인 면과 정성적인 면을 포괄할 새로운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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