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의 대선 후보들이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다. 유례없는 비호감 대결에 이어 ‘가족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장남 이동호씨는 상습 불법 도박과 성매매 의혹에 휩싸였다. 이씨는 지난해 한 포커 커뮤니티에 ‘씨X 내상 입었다’는 제목의 글을 개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시글에는 ‘정자 스파XX가지 마라 씨X”, “마사지 시간도 안 지키고 X같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씨가 후기 글을 올린 날이 친할머니 발인 다음 날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발 빠른 사과와 해명에도 여론은 싸늘하다. 이 후보는 불법 도박 여부를 인정하고 직접 사과했지만, 성매매 의혹에는 “글을 올린 건 맞지만 성매매는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 선대위 소속 의원들도 라디오 등에 출연해 “사실이 아니다”, “일종의 허세를 부리기 위해 글만 쓴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이 후보에게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후보는 과거에도 가족 리스크로 수차례 발목을 잡혀 왔다. 대표적으로 ‘혜경궁 김씨’ 논란이 있다. 해당 논란은 이 후보가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지난 2018년 처음 불거졌다. 부인 김혜경씨가 당시 경쟁 상대이던 전해철 의원을 비방하던 한 트위터 사용자와 동일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수원지검 공안부는 같은 해 “트위터 계정이 김씨 것이라고 단정하기 부족하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지만, 의혹은 현재진행 중이다.
조카의 살인사건 변호 이력도 재조명됐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06년 조카 김모씨가 저지른 ‘모녀 살인 사건’ 변호를 맡은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김씨는 만나던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하자 집에 찾아가 여자친구와 모친을 살해했다. 이 후보는 해당 사건 변호인으로 나서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형’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가족검증이 이 후보의 ‘역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불거진 의혹 외에도 형수 욕설, 친형 강제입원 등으로 여러 차례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시정 개입을 막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해명에도 이 후보의 거친 이미지와 여성 유권자들의 ‘비토 정서’는 심화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수세에 몰렸다.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가짜 수상 논란에 휘말리면서다. 허위이력 의혹과 함께 윤 후보 측의 ‘사과 아닌 사과’도 기름을 부었다.
김씨는 수원여대 겸임교수 임용 지원서 허위 기재 논란과 관련해 “돋보이려는 욕심이었다. 그것도 죄라면 죄”라고 의혹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수상 경력을 학교 진학을 위해 쓴 것도 아닌데 무슨 문제냐”고 해 비난을 초래했다. 윤 후보 역시 “사실 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며 공식 사과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여론의 몰매를 맞았다. 이후 비판이 커지자 뒤늦게 고개 숙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후보가 출마 명분과 정체성으로 내세운 ‘공정’ 기치가 퇴색됐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가 조국 전 법무장관 일가 비리 수사를 전두지휘한 점도 거론됐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처가리스크’는 윤 후보의 주된 뇌관으로 꼽힌다. 김씨는 학력과 수상, 경력 부풀리기 이외에도 ‘보험용’ 전시 협찬 의혹, 주가조작 의혹, 쥴리 의혹 등도 받고 있다. 장모 최씨도 요양급여 부정수급, 땅 투기 의혹,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에 휩싸였다. 최씨는 요양급여 부정편취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시민들의 실망감은 커지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도무지 뽑을 사람이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온라인상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번 대선은 전국민이 보이콧해야 한다”, “역대급 막장 대선”, “두 후보 모두 사퇴해야 한다” 등 댓글이 줄지어 달렸다.
다만 전문가는 해당 논란이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특정 진영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가족 리스크 때문에 상대편에 표를 줄 가능성은 낮다. 한국 정치사회는 양분화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다만 전체의 16% 정도를 차지하는 스윙보터의 표심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