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생보업계 키워드…#제판분리#즉시연금#IFRS17#헬스케어

올해 생보업계 키워드…#제판분리#즉시연금#IFRS17#헬스케어

기사승인 2021-12-21 05:00:06
2021년, 생명보험업권에 많은 이슈가 있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일부 생보사가 제판분리를 단행했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가입자들과 즉시연금을 둘러싼 소송이 한창이다. 연이은 패소 끝에 삼성생명 등 보험사들은 이례적인 승소를 따냈다. 또한 미래 먹거리인 헬스케어에 뛰어들었다.

쿠키뉴스는 올 한해 있었던 생보업권의 주요 이슈들을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제판분리, 업계 확산할까

올 상반기 생명보험업계의 가장 큰 화두는 ‘제판분리’다. 제판분리는 제작과 판매의 분리를 뜻한다. 기존 보험사의 전속설계사 조직을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GA)으로 이동시켜 본사는 상품·서비스 제조를, GA는 판매를 담당하는 영업 형태를 말한다.

지난 3월 미래에셋생명은 자회사형 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의 현판식을 개최한 뒤 기존 사업가형 지점장과 전속설계사 3500여명을 이동시켰다. 뒤이어 한화생명도 4월1일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출범해 한화생명 전속설계사 1만9000여명과 본사 임직원 1300여명이 이동했다. 

업계는 제판분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손해율 누적으로 경영난이 지속된 생보사가 조직개편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제판분리를 통해 보험사는 전속설계사 조직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줄이고, 판매 자회사를 통한 시장 점유율 및 이익 확대를 도모할 수 있다. GA는 보험 상품 판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시장 점유율이 높다.

푸르덴셜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DGB생명, 하나생명, NH농협생명 등 다른 생보사들도 제판분리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 보험사는 먼저 제판분리를 진행한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생명의 사례를 보면서 신중히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은 제판분리로 인한 보험설계사들의 근로환경 악화, 계약 불이행, 구조조정 문제 등을 이유로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노조와 갈등을 빚고 있다.

중소형사들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준비를 마친 후에 제판분리를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 평가 지표가 기존과 달라진다. 어떻게 평가가 되는지 확정된 후 제판분리를 할 것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연이은 패소 끝에 승소 따낸 즉시연금 소송

총 1조원대 금액이 걸린 즉시연금보험 소송에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승소를 따냈다. 생보사는 계약 당시 연금액에 관한 설명 의무가 이행됐는지를 두고 가입자들과 단체 소송전을 진행 중이다.

즉시연금은 보험료 전액의 가입 시 한 번에 납입하고, 다음 달부터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이다. 연금 지급 개시 후 가입자들은 기대보다 적은 연금을 받았다며 보험사에 소송을 냈다. 

가입자들은 실제 받은 약관에 사업비 등 일정 금액을 떼고 매월 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보험사들은 산출방법서에 따르면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하고 지급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반박했다.

올 1월에 동양생명, 6월에는 교보생명, 7월은 삼성생명이 즉시연금보험 소송을 진행했고 1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그러나 10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에 각각 진행된 소송은 보험사 승소 판결이 나면서 이례적인 판결로 주목받았다.

그동안 재판부에선 가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산출방법서는 보험 약관 내용이라고 할 수 없으며, 가입자에게 충분한 설명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부는 ‘산출방법서도 약관의 내용으로 봐야 한다’고 판시하며 생보사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약관에 연금 월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금액은 ‘산출방법서에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금액’이라는 지시문이 있다”면서 “보험 약관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설명 의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삼성생명은 가입설계서를 통해 가입자가 받게 될 연금 월액이 공시이율 변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설명했다”면서 “충분한 설명이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서는 승소 판결을 두고 앞서 패소한 다른 보험사의 항소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항소를 앞둔 한 생보사 관계자는 “재판부에서 보험사 입장을 인정해준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소송이 있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IFRS17에 맞서 자본을 확충하라

2023년까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한 준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IFRS17가 도입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 방식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기 때문에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파악하는 지급여력(RBC)비율이 악화할 수 있다. 생보사는 RBC 비율을 사수하기 위해 자본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RBC 비율은 보험계약자가 한 번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 수치다. 보험업법에서는 이를 100% 이상을,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7억5000만달러에서 최대 10억달러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해외 후순위채권 발행을 결정했다. 교보생명은 4700억원 규모의 ESG 인증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 미래에셋생명도 3000억원 규모로 ESG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유상증자를 발행하는 생보사도 있다. 하나생명과 DGB생명은 각각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을 확보하면, 자본 여력이 올라가면서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이 강화된다”라면서 “신지급여력제도를 앞두고 생보사들이 다급하게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보험사는 인력 등 지출을 줄이기 위해 희망퇴직을 확대했다.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NH농협생명은 올해 희망퇴직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새 국제기준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을 진행하다 보면 지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미리 인력을 줄여 비용 절감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채권발행이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인건비 등 고정비를 줄여 자본을 확충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손해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여러모로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먹거리에 도전

지난 11월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자산 운용과 헬스케어 활성화 등이 가능하도록 자회사 소유와 부수 업무를 폭넓게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은 ‘S헬스케어’, 한화생명은 ‘헬로앱’ 헬스케어 서비스를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있다. 교보생명은 ‘케어’라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론칭했고 라이나생명은 헬스케어 플랫폼 ‘튠H’를 출시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신한라이프는 홈트레이닝 서비스 앱 ‘하우핏’을 통해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헬스케어 서비스는 AI 기반의 생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일부 보험사에서 하루 1만보 등 목표 걸음 수를 달성하면 보험료를 깎아주는 게 전부다.

이는 환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후 처방전 없이 약을 우편으로 보내주는 해외 헬스케어 서비스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간병 서비스나 시설 요양 서비스를 시도한 보험사는 아직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신한라이프가 금융감독원에 헬스케어 자회사 설립에 대한 본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면서 “보험사들의 헬스케어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내년에는 보험사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 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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