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수조차 몰랐던 사업자, 24개로 정리
가상화폐 업계에서 9월은 억겁의 시간이었다.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마감일이 9월 25일이었기 때문이다.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들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사업자 신고를 마쳤다. 현재 24개의 사업자가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 수리됐다.
신고 당시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실명계좌를 연동해야 코인(가상화폐)을 원화로 바꿀 수 있도록 규정했다. 코인 거래가 자금세탁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거래소들은 실명계좌 확보에 난항을 겪었다. 결국 업비트(케이뱅크), 빗썸, 코인원(농협은행), 코빗(신한은행) 등 4곳만이 은행 실명계좌 확보에 성공했다. 현재 이들 거래소만 원화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신고 당시 계약 목전까지 갔던 고팍스·지닥·한빗코 등은 여전히 은행과 협상 중이다.
주도권 쟁탈전에 심기 불편한 당국
이후 주요 4대 거래소는 ‘트래블룰’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트래블룰은 자금세탁을 방지하기 위해 가상자산 송금 시 송금인과 수취인의 신원을 확인하고, 거래내용을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업비트는 자회사 람다256를, 빗썸·코빗·코인원은 합작사 코드(CODE)를 설립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4대 거래소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미디어를 통해 설전을 진행 중이다. 지난 8일 코드는 트래블룰 솔루션 간담회를 통해 업비트의 솔루션보다 코드의 솔루션이 이용자 편의성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재현 람다256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은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병통치 수단이 아니다”라며 코드의 솔루션을 겨냥했다.
차명훈 코드 대표(코인원 대표)도 “블록체인을 성능 문제로 쓸 수 없다고 단정 짓는 것 자체가 블록체인 회사로서 자가당착이 아닐까 싶다”고 응수했다.
금융위원회는 업계의 갈등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금융위 실무진에서는 가상자산과 관련된 내부 논의가 밖으로 계속 새어 나가는 것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실제 내부 논의사항을 밖으로 퍼뜨리는 사업자를 찾으라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자문 전문가와 기관에 보안서약서를 거듭 받는 중이다.
비트코인 최고가 경신…거래소도 최고 실적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지난달 9일 비트코인은 8270만원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가를 달성했다.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지난달 10일 6만8790달러까지 올랐다. 당시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연내 10만달러 돌파’ 외쳤다. 그러나 이후 몇 번의 하락을 거듭해 현재는 500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기업 메사리는 비트코인 가격이 내년에도 우상향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비트코인이 5만 달러 안팎으로 거래를 마친 뒤 내년 초 다시 최고가에 도전하게 될 것이라고 봤다.
거래소들도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올해 3분기까지 1조990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실적의 3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4분기 실적을 합산하면 영업이익 3조원 이상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빗썸도 전년 대비 9.2배 증가한 7684억원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다. 연말까지 순이익 1조 클럽 달성이 유력하다. 코인원은 3분기까지 1년 전보다 4.4배 증가한 1241억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