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극빈층 자유’ 발언 후폭풍이 거세다. 국민의힘은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며 진화에 나섰고, 여권은 윤 후보의 기득권적 철학이 드러났다며 맹비난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후 취재진과 만나 “표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다”라며 “말실수를 한 것 같다”라고 윤 후보를 감쌌다.
앞서 윤석열 후보는 전날 전북대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왜 개인에게 자유가 필요한지에 대한 그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였다.
김 위원장은 “가난한 사람이 자유를 모른다는 뜻이 아니라, 사실은 자유를 구가하려면 자기에게 있는 게 있어야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얘기한 것 같다”라며 “잘못 전달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도 윤 후보 엄호에 나섰다. 그는 “미국에서도, 정말 먹고 사는 게 시급한데 경제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경우 경제적 여건 때문에 불가피하게 자유가 구속당할 수밖에 없다”며 “그런 사람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할 정도의 복지가 돼야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유도 행사할 수 있고 누릴 수 있다는 담론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말 어렵고 살기가 어려우면 자유니 평등이니에 대해 생각할 겨를조차 없지 않느냐는 취지의 뜻을 이야기하다가 표현이 충분히 되지 않다 보니까 이상하게 전달된 것 아닌가”라고 두둔했다.
윤 후보도 전날 발언이 논란이 되자 현장에서 “그분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분들을 도와드려야 한다는 얘기”라며 “정말 끼니를 걱정해야 하고 사는 게 힘들면 그런 걸 느낄 수가 없다. 너무 사는 게 힘들면 자유가 뭔지 느낄 수 있겠나”라고 해명했다.
여권은 윤 후보의 ‘빈곤에 대한 철학’과 ‘철학의 빈곤’이 동시에 드러났다며 공세를 펼쳤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 후보를 겨냥해 “도대체 아무리 평생을 대중을 무시하고 특권에 찌들어 살았다고 한들 어떻게 이렇게 말할 수 있느냐”라며 “역대급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윤 후보는 지금을 계몽시대로 착각했나. 아니면 본인이 19세기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정치인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어떻게 가난하고 못 배웠다고 자유를 모르고 권리를 모르겠나”라고 지적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힘을 실었다. 그는 “현장 계신 청년들에게 정수로 귀 씻으라고 당부하고 싶을 만큼 해괴한 제1야당 대선후보의 역대급 망언이다”라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는 윤 후보처럼 소위 기득권자들의 탄압 속에서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분들이 목숨바쳐 쟁취해온 고귀한 가치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최저임금 못받고도 일할사람 많다’ 등 그간 쏟아낸 망언은 윤 후보가 꿈꾸는 대한민국은 있는 자와 배운 자를 위한 국가라고 천명한 것과 같다”며 “이 정도면 망언이 아니라 (윤 후보의) 신념이라고 생각돼 무섭다”고 덧붙였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가난하고 배울 기회조차 박탈당한 사람들이 온몸으로 쟁취한 것”이라며 “부유하고 가방끈이 긴 사람들이 가져다 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부르고 등 따시고 많이 배운 검찰나리들이 독재정권을 지키는 사냥개 노릇을 하고 있을 때, 국민학교밖에 못 나온 가난한 노동자 전태일이, 부마항쟁의 청년노동자가, 광주항쟁의 구두닦이 시민군이 독재와 착취에 맞서 목숨을 걸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쟁취해왔다는 것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