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대선을 70여 일 앞두고 사면초가에 빠졌다. 선대위 지휘체계를 둘러싼 내홍이 극대화된 가운데 윤석열 대선 후보의 ‘말실수 리스크’까지 다시 불거진 탓이다.
윤 후보는 22일 실언으로 또다시 입길에 올랐다. 그는 전북대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왜 개인에게 자유가 필요한지에 대한 그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발언했다.
취지 자체는 소외계층이 자유를 향유할 만한 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교육과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일부 표현이 문제가 됐다. 저소득층과 저학력자를 경시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윤 후보는 “그분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도와드려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사는 데 힘들면 그런 것을 느낄 수 없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비판은 가라앉지 않았다. 시대착오적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오명만 썼다.
윤 후보의 실언은 처음이 아니다. 정계 입문 초기부터 부적절한 발언을 반복했다. 익숙하지 않은 분야에 의견을 제시하다 보니 취약점이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에는 ‘아프리카 손발 노동’으로 입길에 올랐다. 단순 육체노동에 대한 폄훼 발언을 함으로써 부적절한 노동관이 드러났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 다음 달에는 ‘전두환 공과’ 발언 등으로 질타받았다.
문제는 실언 리스크를 방지할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윤 후보는 대형 설화에 직면할 때마다 ‘진의가 왜곡됐다’는 취지의 항변을 해왔다. 직설적인 어조의 논란성 발언을 던진 뒤 이에 대한 해명만 반복하는 식이다.
과거 경선 당시, 윤석열 캠프는 말실수를 막기 위한 목표로 특단 조치인 ‘레드팀’ 구상을 내놨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민의힘 공보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후보의 발언 특성이기 때문에, 선대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라며 “레드팀도 너무 옛날 얘기”라고 말했다. 김병민 선대위 대변인 역시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런 내용은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정치적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실속 없는 ‘매머드 선대위’라는 우려로 시작해,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 간 갈등이 폭발하면서다. 당 대표의 선대위 이탈이라는 사상 초유의 내분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조직 관리를 위한 윤 후보의 선제적 메시지는 없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선대위 재편론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 위원장은 23일 일각에서 제기되는 ‘선대위 전면 개편’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선대위를 근본적으로 개편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 내신 분도 계시지만, 지금 시점에서 그와 같은 혼란을 일으키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종인 원톱’ 체제로 중심을 잡고 권성동 종합지원총괄본부장과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이 뒷받침을 해, 선대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총괄상황본부 임태희 실장이 주도하던 조직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것”이라며 “조직에 일관된 흐름을 만들 결정권과 조정권을 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을 굳이 바꾸거나 할 필요 없이 개선·조정만 해도 역할 배분이 달라질 것”이라며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 사람을 새로 데려오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선대위 내부 모순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반쪽 쇄신’에 그칠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인적 쇄신 등 특단 조치 대신 업무 재분장만 이루어지는 이상, 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우려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대위를 전면 개편하면 반발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수준에서 손을 본 결과”라면서도 “출발점부터 잘못됐다. 애초에 김종인 위원장한테 전권을 주기로 했으면 선대위 구성부터 맡겼어야 했다. 어정쩡한 수준에서 봉합하려고 하니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어 “제일 시급한 문제는 실언 리스크다. 선대위에서 후보의 메시지부터 관리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