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 논란에 책임론까지…위기의 JTBC

‘설강화’ 논란에 책임론까지…위기의 JTBC

기사승인 2021-12-24 19:00:54
JTBC ‘설강화 : 스노드롭’ 포스터.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JTBC스튜디오.

JTBC가 거센 암초에 부딪혔다.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드라마 ‘설강화 : 스노드롭(snowdrop)’(이하 설강화)에 이어 후속작까지 중국 공산당 미화 의혹을 받았다. 비판은 JTBC로 향했다. 

‘설강화’의 당초 기획 의도는 1987년대를 배경으로 한 남녀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여자 주인공이 간첩인 남자 주인공을 운동권으로 오인하고,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직원을 정의롭고 강직한 인물로 그려 논란이 됐다.

JTBC는 세 차례에 걸쳐 “설강화에는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간첩이 존재하지 않으며 남여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도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성난 여론을 무마시키진 못했다. 핵심을 빗겨간 공식입장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JTBC는 이번주에만 3~5회를 특별 편성, 정면돌파에 나서기로 했다. “한 번에 모든 서사를 공개 할 수 없어 초반 전개에서 오해가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그 이유다. 

‘설강화’ 제작사 JTBC스튜디오 역시 사태 무마에 나섰다. 지난 22일 법원에 ‘설강화’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청년 시민단체 세계시민선언은 같은 날 정경문 JTBC스튜디오 대표이사와 면담을 가졌다. 세계시민선언 이설아 대표는 쿠키뉴스에 “역사 왜곡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해명을 들었다”면서 “초반부 전개에서 오해 소지를 빚었으니 시청자에게 사과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JTBC스튜디오는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와 이한열기념사업회에도 접촉을 시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JTBC ‘설강화 : 스노드롭’ 스틸컷.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JTBC스튜디오.

대중 여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한 민간단체는 23일부터 ‘설강화’의 방영 중단과 전량 폐기를 요구하는 트럭 시위를 시작했다.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설강화’ 방영 중지 청원글은 24일 현재 34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여기에, ‘설강화’ 후속으로 알려진 JTBC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원작 소설이 시진핑 정권 논리에 부합하는 친(親)중국 공산당 성향을 담은 사실이 알려져 방송국에 대한 비판으로 번졌다. 23일에는 ‘반헌법적 드라마를 방영하는 JTBC의 폐국을 청원한다’는 취지의 청원글이 올라와 현재 3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상황이 악화되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가 된 콘텐츠를 편성했다는 점에서 방송국 책임론이 제기되는 반면, 현 사태가 과열됐다고 보는 시선 역시 존재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설강화’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의 부재”라고 짚었다. 정 평론가는 “프로그램에 문제 소지가 있어 비판하는 건 건강한 흐름이나 그 결과가 폐지나 방송국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쏠리는 건 다소 극단적”이라고 지적했다. 

제대로 된 공론장이 없는 것 역시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 관계자는 지난 3월 시청자 반대로 폐지됐던 SBS ‘조선구마사’를 언급하며 “당시에도 방영 중지 청원이 올라왔지만 사실 이는 청와대 소관이 아니다. 시청자와 방송사가 건강히 의견을 교류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시청자 게시판 등을 닫아놨던 건 ‘설강화’ 측의 잘못이나 방송국에 대한 비난으로 번지는 건 과한 부분이 있다”고 꼬집으며 “방송이 2회까지만 공개된 만큼 앞으로의 전개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의견을 전했다. 정 평론가 역시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대화를 통해 오해를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무작정 극단으로 향하는 건 길게 볼 때 제작자와 수용자 양측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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