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노조, 총파업 조건부 유예…“제도개선 TF 구성해야”

카드사 노조, 총파업 조건부 유예…“제도개선 TF 구성해야”


기사승인 2021-12-27 16:41:59
27일 오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과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카드사 노조)는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카드수수료 인하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손희정 기자
카드 수수료 인하 시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한 카드사 노조가 제도개선 TF 참여 등을 조건으로 파업을 유예하기로 했다.

27일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카노협)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카드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폐지 논의를 전제로 총파업을 잠정 유예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적격비용을 산정한 후 카드 수수료를 이에 맞게 재산정한다. 적격비용은 카드 결제의 전 과정에 드는 원가를 말한다.

노조는 이번 수수료 인하를 ‘정책 참사’라고 표현하면서 소비자와 노동자가 피해를 감당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3일 전체 카드가맹점의 약 75%를 차지하는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0.8%에서 0.5%로 대폭 인하하는 내용을 담은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조정안’을 발표했다.

카드사들이 적자 폭을 만회하기 위해 소비자 혜택을 대폭 줄이고 구조조정 등을 통해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이라고 노조는 꼬집었다. 정종우 카노협 의장(사무금융노조 하나카드 지부장)은 “카드 수수료 재산정 결과가 카드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력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우리카드와 롯데카드는 희망퇴직을 열고, 하나카드는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 계속되는 카드 수수료 인하가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발언하는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왼쪽에서 두번째). 사진= 손희정 기자

노조는 제도개선 TF에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의 대표자가 포함되지 않을 시 언제든 총파업을 단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TF가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지를 고려해 판단을 유예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향후 금융당국의 소통 자세 등을 보면서 이후 투쟁 수위를 조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1분기 중 TF를 출범해 적격비용 기반 수수료 제도가 신용판매 부분의 업무 원가와 손익을 적절히 반영하는지 재점검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영세·소상공인 단체, 여신금융협회 및 카드사, 소비자단체, 기타 전문가(법률·회계)가 포함된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 손희정 기자

노조는 TF 의제로 ▲적격비용 재산정제도 폐지 ▲신용판매 부문에서의 경쟁력 확보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신용판매 부문에서 빅테크·핀테크 업체들과 ‘동일업권 동일규제’를 호소하고 있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은 “현재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의 정책위원회로서 적격비용 제도개선 TF를 설치하는 것이 온당하다”면서 “카드 업계뿐만 아니라 빅테크·핀테크 업체들도 TF에 포함해 규제 차익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격비용 재산정제도 폐지를 위해 금융위원회가 법안 상정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정종우 카노협 의장은 “금융위원회에서도 법안 발의를 할 수 있다. 입법사항이 필요하다면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 정무위원회에서 문제점들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 여신전문금융업법에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가 추상적으로 표현돼 있다. 그 안에 마케팅 비용을 몇 퍼센트로 적용할 것인지 등 세부 사항을 변경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드사 노조에 따르면 현재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와 양대 금융권 산별노조는 카드사들의 신용판매 결제 부문이 이미 적자 상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19~2020년까지 카드 업계의 가맹점수수료 부문 영업이익은 131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노조는 추가 인하 조치로 카드 수수료 누적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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