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남자 프로배구는 ‘예비역 병장’들의 열풍이 거세다.
지난 6월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마치고 소집 해제한 한국전력 빅스톰의 서재덕을 두고 많은 이들이 우려를 표했다. 체중이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서재덕의 당시 몸무게는 138㎏이었다. 살이 잘 찌는 체질인데다 퇴근 후 먹은 잦은 야식과 간식 탓에 몸무게가 급격히 늘어났다.
그는 팀 합류 후 단체 훈련 대신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지난 8월 KOVO 컵대회를 앞두고는 입대 전 몸무게 수준으로 감량에 성공했다. 컵대회에서는 갑작스러운 감량에 힘을 제대로 쓰지 못했지만, 이후에도 철저하게 관리를 이어가며 근육까지 붙인 채 정규시즌에 돌입했다.
제 컨디션을 찾은 서재덕은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 18경기에서 234득점(리그 10위)과 공격 성공률 50.57%(리그 7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 10월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전에서는 데뷔 10년 만에 트리플크라운(한 경기에서 백어택, 서브, 블로킹 각 3점 이상)을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 5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던 한국전력은 29일 기준 리그 3위(승점 27점)에 오르는 등 서재덕 효과를 누리고 있다. 1위 대한항공 점보스보다 1경기 덜 치른 채 승점 6점 차 뒤져 있고, 2위 KB손해보험과는 3점 차이에 불과하다. 베테랑 군단의 핵심인 한국전력은 서재덕을 앞세워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한다.
우리카드 WON의 송희채는 18개월 동안 일반 현역병으로 복무해 지난 11월에 전역했다. 군 복무 기간에 배구를 전혀 하지 못하면서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 군 복무 직전에 삼성화재에서 트레이드 돼 팀원들과 호흡을 제대로 맞춰보지도 못했다.
코트 복귀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는 지난달 21일 전역 이틀 만에 경기에 출전했다. 당시 4점, 공격 성공률 50.00%를 기록하며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빠르게 컨디션 관리에 성공한 송희채는 18개월의 공백이 무색하게 9경기에서 72점 공격 성공률 44.74%를 기록하며 팀의 살림꾼 역할을 해냈다. 한상정을 밀어내고 주전 자리까지 얻어냈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송희채는 화려하지 않지만 팀에 상당히 좋은 영향을 주는 선수다. 리시브가 좋고 경기를 조율하는 능력도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카드는 송희채 효과를 보고 있다. 2라운드 중반까지 리그 최하위로 밀려났던 우리카드는 송희채 합류 후 4승 5패를 기록하며 탈꼴찌에 성공했다. 현재 6위인 우리카드(승점 24점)는 3위 한국전력과 승점 3점 차 밖에 나지 않는다.
현대캐피탈은 2018~2019시즌 챔피언결정전 MVP 전광인을 앞세워 순위 경쟁에 나선다. 전광인은 지난해 6월 상근예비역으로 군 복무를 시작해 지난 22일 전역했다.
현대캐피탈도 전광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최태웅 감독은 복귀한 전광인에게 주장직을 맡겼다. 최 감독은 지난 26일 OK금융그룹전을 앞두고 “(전광인은) 배구를 읽는 능력이 좋다. 어린 선수들이 흔들릴 때 잡아줄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약 665일 만에 코트를 밟은 전광인은 OK금융그룹전에서 7득점, 공격성공률 50%를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리시브 효율 57.89%, 디그 4개로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며 공수 양면에 기여했다.
전광인이 합류하면서 현대캐피탈은 허수봉 의존도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올 시즌 기량이 만개한 허수봉은 상대팀의 집중견제를 받고 있다. 공수 양면에 뛰어난 전광인이 합류하면서 허수봉은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허수봉은 OK금융그룹전에서 팀 내 최다 득점인 17점, 공격 성공률 63.64%를 올리며 전광인 합류 수혜자가 됐다.
전광인은 OK금융그룹전이 끝난 뒤 공식 인터뷰에서 “경기 중에도 형, 동생들과 뭉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순위를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것을 먼저 다져놓는 게 중요하다. 우리가 좋은 합이 나오면 더 많이 승리할 것이라 생각한다. 경기력을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