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K(카카오게임즈·크래프톤)는 올해 매우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 등으로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이 주춤하는 사이 한국 게임업계 신흥 강자로 급부상했다.
양사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영향력을 드러내며 2021년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또한 지난달 열린 ‘2021 지스타’에 참석해 3N이 빠진 아쉬움을 어느 정도 해소하기도 했다. 올 한해 다양한 게임을 선보인 2K는 내년도 신작 출시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2021년 2K의 행보를 돌아봤다.카카오게임즈, ‘오딘’ 흥행 대박…주가도 훨훨
2016년 설립된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 6월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MMORPG ‘오딘: 발할라 라이징(이하 오딘)’이 말 그대로 ‘대박’이 난 것이다. 오딘은 출시 사흘 만에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을 밀어내고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양대 마켓 매출 1위로 올라섰다. 3년 7개월간 이어진 ‘리니지 형제’의 독주를 마무리한 것이다. 오딘은 지난달 ‘리니지W’ 출시 전까지 약 5개월간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라이온하트가 개발한 오딘은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개발됐다. 로키와 그의 자손들이 다른 신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라그나로크’를 일으킨 시점을 주요 사건으로 다뤘다. 이 게임은 ‘언리얼4 엔진’을 활용한 화려한 그래픽으로 게이머들을 매료시켰다. 또한 실사 영화 수준의 컷신, 생동감 넘치는 전투도 많은 호평을 받았다.
지난달 카카오게임즈는 라이온하트의 지분 30.37%를 4500억원에 인수했고, 과반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이에 따라 라이온하트는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퍼블리셔로서는 꾸준히 냈지만, 자체 지식재산권(IP)의 부재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겪고 있었다. 하지만 자회사에서 개발한 오딘의 성공으로 흥행 IP까지 보유하게 됐다.
여러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낸 오딘은 ‘2021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과 ‘기술창작상’ 그래픽 부문을 수상했다. 개발사 라이온하트는 ‘스타트업기업상’, ‘우수 개발자상(이한순 PD)’까지 거머쥐며 사실상 4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오딘의 흥행으로 3분기 카카오게임즈는 호실적을 거뒀다. 3분기 매출액은 466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10%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약 427억 원으로 전 년 동기 대비 약 101% 증가했으며, 당기 순이익은 약 443억 원으로 전 년 동기 대비 약 64% 증가했다. 모바일게임 및 기타 매출의 성과가 더해져 매출 및 영업이익에서 역대 분기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안정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주가도 급등했다. 지난해 7월 IPO(기업공개) 직후 카카오게임즈의 주가는 4만~5만원을 횡보했지만, 오딘 출시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달 17일에는 최고가인 11만6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29일 기준으로 카카오게임즈의 종가는 8만9600원이다. 1년 사이 두 배가 오른 셈이다.
카카오게임즈는 내년에도 다수의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의 3분기 IR 공시에 따르면 ‘말딸(말+딸)’이란 애칭으로 잘 알려진 육성 시뮬레이션 장르 모바일 RPG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를 국내에 선보일 예정이며 △디스테라 △프로젝트 아레스 △에버소울 △가디스 오더 등은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신사업 계획도 밝혔다. 카카오게임즈는 내년부터 ‘비욘드 게임’이라는 키워드로 변화를 예고했다. 앞서 카카오게임즈는 주주서한을 통해 향후 스포츠와 메타버스, NFT의 3개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프렌즈게임즈를 통해 NFT 거래소 ‘투데이이즈’를 소프트론칭 했다.
‘숙원사업’ 마친 크래프톤, ‘배그’ 파워도 이상 무
올해 크래프톤은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IPO를 마무리했다. 물론 공모가 산정 당시 비교 기업으로 월트디즈니와 워너그룹뮤직 등을 포함해 주가수익비율(PER)을 과도하게 띄운 것이 아니냐며 ‘거품’ 논란이 제기됐지만, 8월 IPO를 마무리하면서 게임 대장주로 올라섰다. 최근 주가는 46만원 대로 공모가인 49만8000원을 밑돌고 있지만, 상승 여건이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자사의 대표 ‘캐시카우(주요 수익창출원)’인 ‘플레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 IP의 흥행 파워도 여전하다. 지난달 출시된 모바일 신작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이하 뉴스테이트)’는 한 달 만에 전세계 누적 다운로드 4500만 건을 기록했다. 뉴스테이트는 원작을 계승하면서도 그래픽이나 타격감, 리얼리티 등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배그 모바일’의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배그 모바일은 올해 3분기까지 26억 달러(약 3조9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과 같은 수준이다. 전 세계 모바일게임 중에선 둘째로 매출이 높다. 특히 7월 출시된 ‘배그 모바일 인도’는 출시 일주일 만에 누적 이용자수 3400만 명, 일일 최대 이용자수 1,600만 명, 최대 동시 접속자수 240만 명을 기록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배그 모바일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정식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크래프톤은 배그 IP 확장 세계관인 ‘펍지 유니버스’ 기반 영상물을 공개하며 엔터테인먼트 영역도 강화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6월 ‘펍지 유니버스’ 기반 다큐멘터리 ‘미스터리 언노운: 배틀그라운드의 탄생(Mysteries Unknown: Birth of the Battlegrounds)’, 배우 마동석 주연의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 등의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여러 가지 호재로 크래프톤은 3분기에 역대 최고 분기 매출을 경신했다. 매출액 5219억·영업익 1953억·당기순이익 1783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42.3%, 영업이익은 16.5%, 당기순이익은 62.1% 증가했다. 전 분기 대비로도 각각 13.6%, 12.1%, 26.2% 늘었다. 플랫폼별 매출 구성은 모바일이 3805억원, PC게임은 1295억원, 콘솔 및 기타는 119억원으로 집계됐다.
크래프톤은 내년 ‘원히트원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다양한 신작을 개발 중이다. ‘데드스페이스’, ‘콜 오브 듀티’의 주역인 글렌 스코필드가 이끄는 계열사 스트라이킹디스턴스는 PC서바이벌공포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지난해 12월에 진행한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 예고편이 공개된 바 있다. 또한 오픈월드 서바이벌 장르인 ‘프로젝트 카우보이’와 이영도 작가의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를 활용한 블루홀의 신작 게임도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신사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크래프톤은 7월 네이버제트에 50억원을 펀드방식으로 간접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NFT 사업 확장에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 컨퍼런스 콜을 통해 “게임과 NFT 결합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이를 붙이고 출시한다는 선언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생태계를 확장하는 부분을 고민 중”이라고 강조했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