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중견 게임사들의 선전이 두드러진 해였다. NFT(대체불가능한 토큰)·메타버스와 관련된 신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반전의 모멘텀을 만든 개발사도 있었고, 전 세계 게이머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신작 정보를 공개한 게임사도 있었다.
그중 펄어비스, 컴투스, 위메이드의 약진은 특히 더 눈길을 끌었다. 원인은 조금씩 달랐지만, 3사의 주가는 3분기를 기점으로 급등했다. 2021년 3사의 행보를 돌아봤다.
펄어비스, 도깨비 도깨비 도깨비!
펄어비스는 올 한해 한국 게이머에게 가장 많은 기대를 받은 게임사였다. 지난 8월 독일 쾰른에서 열린 ‘게임스컴’에서 공개된 신작 ‘도깨비(DokeV)’ 트레일러 영상은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30일 기준으로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의 조회 수는 810만 건을 돌파했다.
도깨비는 주인공이 도깨비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독특한 세계관으로 풀어낸 ‘도깨비 수집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순우리말로 지어진 게임명과 새로운 장르, 펄어비스만의 개성이 묻어난 글로벌 도전작이다. 콘솔과 PC 플랫폼에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해당 영상에는 한옥, 솟대, 돌탑 등 한국적인 요소가 곳곳에 묻어있는 오픈월드를 탐험하는 모습이 담겼다. 펄어비스 특유의 섬세하고 화려한 그래픽뿐만 아니라 보스 몬스터와의 역동적인 전투 등 뛰어난 액션성도 인상 깊었다. 여기에 K-POP(케이팝) 느낌이 물씬 묻어나는 OST ‘락스타’가 역동성을 더했다.
트레일러 영상 공개 이후 펄어비스의 주가는 급등했다. 6만~7만원 대를 오가던 주가는 8만원 후반선까지 올랐다. 10월부터는 꾸준히 10만원 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30일 종가 기준으로 000을 기록했다.
정치권에서도 펄어비스를 향한 호평이 이어졌다. 10월 진행된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도깨비 트레일러 영상을 보여주며 “한국의 전통과 현대 문화가 매우 잘 융화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
펄어비스는 내년 하반기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쳐 신작게임 ‘붉은사막’을 출시할 예정이다. 당초 연내 출시를 목표로 개발이 이뤄졌으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일정이 연기된 상태다. ‘검은사막’과 마찬가지로 PC 온라인뿐만 아니라 콘솔로도 지원될 예정이다. 북미·유럽 지역을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컴투스, 메타버스로 신성장 동력 마련
‘원조 모바일 강자’ 컴투스는 올 한해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연초부터 기술력 있는 게임사를 인수하면서 퍼블리셔로서의 역량을 강화했고, 하반기에는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평가받는 메타버스와 NFT 분야 육성을 위해 유망 기업을 품에 안았다.
2월 컴투스는 ‘크리티카’의 개발사 올엠을 인수했다. 당시 컴투스는 “올엠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며 “향후에도 게임 및 문화 콘텐츠 분야를 중심으로 국내외 유망 기업 투자 및 M&A를 적극적으로 전개, 새로운 기업 경쟁력을 꾸준히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컴투스는 지난해 ‘사커스피리츠’를 만든 빅볼, ‘아르카나 택틱스’를 개발한 티키타카 스튜디오, ‘아웃 오브 더 파크 베이스볼(OOTP)’로 유명한 독일 게임사 ‘아웃 오브 더 파크 디벨롭먼츠’ 등을 인수합병(M&A)하며 기업 경쟁력 강화를 도모한 바 있다.
공격적인 M&A로 유망 게임 IP를 다수 확보한 컴투스는 하반기부터 종합 콘텐츠 강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갔다. 5월에는 웹툰 전문 제작사인 케나즈와 공동으로 콘텐츠 제작사인 정글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자사 대표작 ‘서머너즈 워’ IP를 활용해 웹소설, 웹툰,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복안이었다.
8월에는 뛰어난 CG(특수 시각효과·VFX)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위지윅 스튜디오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당시 위지윅 스튜디오는 넷플릭스 '승리호'를 비롯해 국내외 다양한 영화·드라마 등을 만들어온 콘텐츠 제작사로 알려져 있었다.
IP와 기술력을 고루 보유한 컴투스는 메타버스를 선호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에 맞춰 지주사 게임빌 역시 사명을 컴투스 홀딩스로 변경하면서 컴투스 브랜드 강화에 힘쓰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에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Com2Verse)’의 오버뷰 영상과 시연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10만원 선을 오가던 컴투스의 주가는 10월 이후 급등했고 이날 종가기준으로 15만8200원을 기록 중이다. 10월까지 3만원 선으로 횡보를 이어가던 컴투스홀딩스의 주가는 이날 종가기준으로 23만7000원을 기록 중이다.
컴투스는 내년 자사 IP를 활용해 블록체인 기반 P2E(플레이투언·Play to Warn) 신작을 대거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컴투스는 글로벌 흥행성이 입증된 '골프스타' IP에 블록체인 시스템을 적용하고 컴투스 그룹의 블록체인 플랫폼 'C2X'에 탑재해 내년 하반기 글로벌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C2X 생태계에는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거상M 징비록', '월드 오브 제노니아' 등 10여 종의 라인업이 구성된 상태다.
‘NFT 첨병’ 위메이드, ‘미르4’ 신화 썼다
올해 가장 주목받은 트렌드 중 하나는 NFT와 P2E이었다. 그중 P2E의 가능성에 많은 회사들이 주목했다. 국내에서 P2E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회사는 위메이드다. 게임 속 재화를 가상화폐 위믹스로 바꿀 수 있는 ‘미르4’ 글로벌 버전을 출시해 동시 접속자 130만 명을 기록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미르4 이용자는 게임 내 광물인 흑철을 채굴해 유틸리티 코인인 ‘드레이코’를 얻고 이를 매개로 위믹스 크레딧을 획득한다. 이를 거래소에서 암호화폐 위믹스로 교환하면 현금화할 수 있다. 사실상 게임 내에서 채굴이 이뤄지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조만간 NFT 기술이 적용된 게임 아이템도 유통할 예정이다. 특정 레벨 이상을 달성한 이용자들은 랜덤으로 NFT 아이템을 얻게 된다. 이를 다른 아이템과 결합해 가치를 높여 거래소에서 팔 수 있다.
자회사 위메이드트리와의 합병도 진행했다. 블록체인 사업을 직접 진행해 게임과 블록체인을 결합하기 위함이다. 위메이드는 미르4를 시작으로 자사가 서비스하는 모든 게임을 P2E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위믹스는 글로벌 게이밍 블록체인이자, 게임의 기축통화가 될 기회를 맞고 있다”며 “내년 말까지 100개 게임을 위믹스 블록체인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장 대표의 발언 이후 웹젠, 조이시티, 소프톤, 엔젤게임즈 등 다양한 게임사가 위믹스 온보딩을 마쳤다.
위메이드 주가 역시 3분기 급등했다. 3만원 선을 유지하던 위메이드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17만7900원이다. 5배 이상 뛴 셈이다.
위메이드는 내년 미르 IP를 활용한 신작을 준비 중이다. 내년 1분기 중 ‘미르M: 뱅가드&배가본드’ 출시에 나설 예정이다. 이 작품은 ‘미르의 전설’의 그리드 쿼터뷰 방식에 ‘미르4’의 최신 게임 시스템을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적용한 게임이다.
아울러 블록체인 기반의 신작도 연달아 선보일 계획이다. 위메이드는 오는 31일 블록체인 게임 ‘갤럭시 토네이도 온 위믹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갤럭시 토네이도 온 위믹스는 한국과 중국을 제외하고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 174개국 구글플레이에 출시돼 영어, 스페인어, 인도네시아어, 아랍어 등 15개 언어가 지원될 예정이다.
위메이드는 위믹스 플랫폼 유입을 위한 온보딩 계약을 이어가면서서 글로벌 게임 시장에 신작을 출시, 블록체인 게임 포트폴리오를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