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으로 돌아보는 올해 가요계 [2021 결산]

밈으로 돌아보는 올해 가요계 [2021 결산]

기사승인 2021-12-31 06:00:19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신음하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국이 시끄러워도 음악은 멈추지 않았다. 올해 가요계를 뒤흔든 콘텐츠를 온라인 밈(Meme)으로 되짚어봤다.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박효상 기자

가보자고
: 방탄소년단 ‘버터’(Butter)


기록, 기록, 또 기록. 그룹 방탄소년단이 올해 5월 발표한 영어곡 ‘버터’로 세운 기록들이다.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올해의 아티스트)을 수상한 건 아시아 가수 최초다.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서 통산 10주간 1위를 차지한 건 ‘올해 최장기 핫 100 1위’ 기록이다. 일본 오리콘 연간 판매량 차트에서 정상에 오른 것도 외국 가수 최초다. 귀에 쉽게 감기는 청량한 멜로디와 올드팝 향유 세대를 겨냥한 가사, 방탄소년단 특유의 건강한 메시지를 버무린 덕이다. ‘버터’의 다음 행선지는 내년 1월31일(현지시간) 열리는 그래미 어워즈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이 시상식에서 ‘버터’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로 올랐다. 만약 수상하면 미국 3대 음악상(그래미 어워즈,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즈) 트로피를 모두 품에 안는 대기록을 쓰게 된다.

그룹 에스파. SM엔터테인먼트

오히려 좋아
: 에스파 ‘새비지’ (Savage)


“서태지와 H.O.T. 노래 들으면서 ‘요즘 젊은 친구들은 이런 노래를 듣나?’라던 20여 년 전 외삼촌 심정을 이제야 알 거 같다”, “오늘 푼 비문학 지문보다 이 곡이 더 어렵다”…. 지난 10월 그룹 에스파가 신곡 ‘새비지’를 발표한 직후 온라인에서 나온 반응이다. 2~3곡을 합쳐 놓은 듯한 트랙과 “수치를 느끼게 멘털을 흔들어 놔” “환각 틀에 나를 가둬 놔” 등 비일상적인 언어로 가득 찬 가사가 낯설어서다. 분위기가 반전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유영진 프로듀서가 새긴 인장에 SM엔터테인먼트 골수팬들이 먼저 반응했고, SMCU(SM엔터테인먼트 문화 세계관)를 펼친 가사에 대중도 몰입했다. 그 결과 ‘새비지’는 국내 여러 음원 차트에서 정상을 달렸으며 이 곡이 실린 음반은 빌보드 메인 음반 차트에서 20위로 진입했다. 너무 매니악하다고?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2차 미션 리더 계급 스틸컷. Mnet

유죄 인간 :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가 한국 전역에 댄스 신드롬을 일으켰다는 표현은 이제 새삼스럽다. 시청률 2.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 10주 연속 비드라마 화제성 1위, 전국 투어 콘서트 매진 등의 기록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이 이룬 성취를 다 설명할 순 없다. 지난 8~10월 방영한 ‘스우파’는 K팝의 한 요소로만 알려졌던 춤이 실은 그 자체로 이미 완전한 예술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미디어에서 이성애 중심적으로 묘사되던 아티스트와 팬의 관계에 균열을 냈다는 점도 흥미롭다. “남편은 있지만 여친은 없습니다”라는 말로 뭇 여성들을 설레게 한 댄서 아이키는 ‘유죄 인간’의 대표주자가 됐고, 노제는 전국 각지 여성들에게 ‘여보’가 됐다. ‘스걸파’로 무대를 옮긴 ‘스우파’ 댄서들이 초단위로 매력을 뿜어낼 때마다, TV 앞 여성들의 마음속엔 이런 노랫말이 떠오르니…“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유혹하지 마♬”(차민기 - ‘니가 뭘 알아’)

그룹 브레이브 걸스.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해체)멈춰! : 브레이브 걸스 ‘롤린’(Rollin’)

그룹 브레이브 걸스는 4년 전 발표한 노래 ‘롤린’을 음원차트에서 역주행시키며 올해 가장 극적인 성장사를 쓴 주인공이 됐다. ‘롤린’은 발매 당시 곡의 분위기나 가사 맥락과는 관련 없는 섹시 콘셉트로 소개돼 별다른 이목을 끌지 못했다. 계속되는 흥행 부진과 잦은 멤버 교체에 지친 브레이브 걸스는 결국 해체를 고민했다. 멤버들이 함께 살던 숙소를 비우고 두 번째 직업을 찾아 나선 그 때, 유튜브에서 꿈틀대던 ‘롤린’ 바람이 열풍으로 커져 가요계를 강타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했던가. 브레이브 걸스는 지난 6월 신곡 ‘치맛바람’을 내 ‘롤린’ 인기를 이어갔다. 한편 유튜브에서 시작된 ‘K팝 발굴’은 SBS 모바일 콘텐츠 ‘문명특급’의 ‘컴눈명’(다시 컴백해도 눈감아줄 명곡) 프로젝트와 시너지를 내며 나인뮤지스, 애프터스쿨 등 2010년대 여성 아이돌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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