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통신자료 ‘사찰’ 논란에 억울함을 표시했다. 검찰과 경찰에 비해 건수가 적다는 의미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여전히 논쟁을 펼치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현안 질의에서 “왜 우리만 가지고 사찰이라고 하나. 지난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계를 보면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는 135건에 그친다”라며 “검찰은 59만700건이고 경찰은 187만7000건”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가 사찰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찰은 특정 대상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사건 관계인에 대한 통화내역을 조회한 뒤 해당 전화번호가 누군지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통신자료를 조회한 것은 사찰이 될 수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수사기관이 수사 중에 통신자료 조회를 한 것이 문제가 돼 기관장이 (국회에) 나와 답변한 전례가 없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청구해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조회 대상에는 공수처 검사나 수사관도 있다. 여당 의원들도 있었다”며 “표적으로 이것을 했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억울함을 표시했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통신조회와 관련해서는 ‘고발사주 의혹 사건’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처장은 “원칙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국민적 관심사이기에 말한다”며 “현재 수사 중인 고발사주 의혹 관련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여전히 논쟁 중이다.
우선 국민의힘은 이를 ‘야당 탄압’이라고 규정했다. 국민의힘 측에 따르면 이날 9시 기준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로부터 통신 조회를 당한 소속 국회의원은 84명에 이른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현안 질의에서 공수처장을 향해 “사건과 관련 있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으로 조회해야 정당한 법 집행”이라며 “통화한 사람 모두를 조사하는 건 과잉이고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대표 역시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상당히 심각한 문제다. 공수처가 수사 능력에 있어 굉장히 부족함을 많이 보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공수처가 통신 조회의 목적을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 대표는 “무슨 목적으로 광범위한 통신 사찰을 진행했는지에 대한 해명도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대구 선대위 출범식에서 “확정적 중범죄에 휩싸인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워놓고 무능과 부패를 은폐하기 위해 많은 언론인을 통신사찰 했다. 우리 당 의원 6~70%가량도 사찰했다”고 말했다.
또한 “나와 내 처, 처의 친구들, 심지어 내 누이동생까지 통신 사찰을 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이거 미친 사람들 아니냐”라는 표현까지 사용하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은 ‘법령에 의한 행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날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법령에 의한 행위를 사찰이라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아울러 여당은 윤 후보의 검찰총장 시절을 언급하며 역공을 펼치고 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과기부 자료에 의하면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1년 6개월 동안 검찰이 282만 건을 조회했다”고 말했다.
송기헌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정책조정회의에서 “통신자료 조회는 특정 대화자간의 통신일시, 시간, 로그기록 등을 확인하는 통신사실확인자료와는 다르다”라며 “전형적인 내로남불이고 사실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 “윤 후보는 누구보다도 통신자료조회가 적법한 수사활동이라는 것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사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입장이 없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는 독립기구다. 청와대가 이에 대해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또한 “청와대는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다시 강조했다.
최기창 기자 mobyd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