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주인공이었다. 공동수상이 이어졌으나 납득할 만했다. 올해 히트작을 대거 선보인 KBS는 어느 때보다도 풍성히 시상식을 마쳤다. 매주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 중인 ‘신사와 아가씨’가 6관왕을 차지한 가운데 ‘오케이 광자매’, ‘오월의 청춘’, ‘달이 뜨는 강’, ‘연모’ 등 다양한 작품이 다관왕에 이름을 올렸다. 31일 서울 여의도동 KBS홀에서 열린 2021 KBS 연기대상의 주요 순간들을 돌아봤다.
지현우가 데뷔 18년 만에 대상 영예를 누리다
‘신사와 아가씨’에서 이영국 역으로 활약 중인 배우 지현우가 데뷔 18년 만에 대상 주인공이 됐다. 2011년 MBC 드라마대상 우수상 이후 10년 만에 거둔 쾌거다. “작품을 대표해 받은 상이라 생각한다”고 운을 뗀 그는 ‘신사와 아가씨’를 함께한 배우, 제작진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시청자들의 마음 온도를 유지시킬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초 강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되던 박은빈과 김소현은 최우수상과 인기상을 각각 공동수상하고 베스트 커플상에 이름을 올리며 3관왕이 됐다.
나눠 먹기 수상이 빈번하다
연말 시상식 중 공동수상이 가장 많았다. 신인상부터 인기상, 조연상, 우수상, 최우수상 등 주요 부문 모두 2명씩 상을 타갔다. 신인상은 남녀 후보 14명 중 6명이 공동으로 받았으며 베스트 커플상은 7팀이 수상해 총 14명이 단상에 올랐다. 남자 배우보다는 여자 배우의 공동수상이 더욱더 많았다. 단독 수상은 작가상과 대상뿐이었다. 올해 KBS에서 방송된 작품들이 골고루 상을 타며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됐으나, 상의 권위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연이 빛나다
어느 시상식보다도 조연배우가 빛났다. 청소년 연기상과 조연상으로 서우진(신사와 아가씨), 조이현(오월의 청춘), 이레(안녕? 나야!), 최명빈(연모·신사와 아가씨)과 이이경(암행어사), 최대철(오케이 광자매), 금새록(오월의 청춘), 함은정(속아도 꿈결) 등이 조명됐다. 이이경은 상을 받으며 즉석에서 어머니에게 전화 연결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최대철은 연극배우 시절부터 현재까지를 회상하며 울컥해했다. 배우 선동혁이 꾸민 ‘조연의 시간’은 감동을 자아냈다. 그는 지난 1982년 단역 배우로 데뷔, 1997년 ‘용의 눈물’ 이숙번 역으로 조연상을 받았다. 최근 ‘태종 이방원’에서 이지란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근 40년을 KBS 대하드라마와 함께했다”고 밝힌 선동혁은 “우리는 너른 들판 한쪽에서 누가 봐주지 않아도 아름답게 피어나 꼿꼿이 선 들꽃 같은 사람들이다. 새해에도 이런 아름다움을 가진 진정한 연기자가 되자”며 응원을 전했다.
솔직한 소감이 감동으로 와 닿다
배우들의 소감도 볼거리였다. ‘달이 뜨는 강’에서 평강 역을 소화했던 김소현은 상대 배우의 갑작스러운 하차로 방영이 멈췄던 일을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끝까지 방송되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로 촬영에 임했다. 시청자분들이 끝까지 믿어준 덕에 방송을 마칠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1980년 5월 광주를 배경으로 한 ‘오월의 청춘’ 배우들의 소감도 감동을 더했다. 조연상과 우수상, 최우수상을 각각 받은 금새록, 고민시, 이도현은 “그날의 불씨를 전하고 싶다는 시놉시스에 가슴이 뛰었다. 민폐가 될까 걱정됐지만 책임감을 갖고 더 섬세히 작업했다”면서 “이 상을 1980년 5월을 빛낸 모든 분께 전한다”고 말했다. 박은빈은 ‘연모’로 최우수상을 받자 “선택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한 작품”이라면서 “앞으로도 선택에 책임질 용기를 기르며 열심히 살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다음은 2021 KBS 연기대상 수상자(작) 명단.
△ 신인상=김요한(학교2021)·나인우(달이 뜨는 강)·로운(연모), 이세희(신사와 아가씨), 박규영(달리와 감자탕), 정수정(경찰수업)
△ 청소년 연기상=서우진(신사와 아가씨)·조이현(오월의 청춘), 이레(안녕? 나야!)·최명빈(연모·신사와 아가씨)
△ 베스트 커플상=김소현·나인우(달이 뜨는 강), 김요한·조이현(학교2021), 김민재·박규영(달리와 감자탕), 이도현·고민시(오월의 청춘), 박은빈·로운(연모), 지현우·이세희(신사와아가씨), 차태현·진영(경찰수업)
△ 드라마스페셜 TV시네마상=박성훈(희수), 김새론(그녀들)·전소민(희수)
△ 작가상=김사경(신사와 아가씨)
△ 인기상=로운(연모)·진영(경찰수업), 김소현(달이 뜨는 강)·박은빈(연모)
△ 조연상=이이경(암행어사)·최대철(오케이 광자매), 금새록(오월의 청춘)·함은정(속아도 꿈결)
△ 우수상 장편드라마 부문=윤주상(오케이 광자매), 박하나(신사와 아가씨)·홍은희(오케이 광자매)
△ 우수상 일일드라마 부문=류진(속아도 꿈결), 소이현(빨강 구두)·한다감(국가대표 와이프)
△ 우수상 미니시리즈 부문=김민재(달리와 감자탕)·정용화(대박부동산), 고민시(오월의 청춘)·권나라(암행어사)
△ 최우수상=이도현(오월의 청춘)·차태현(경찰수업), 김소현(달이 뜨는 강)·박은빈(연모)
△ 대상=지현우(신사와 아가씨)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