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고 나섰다. 이준석 당 대표와의 갈등으로 떠난 2030 남성들의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여성가족부를 이용한 표심 공략은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있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된다.
윤 후보는 7일 오후 5시 20분 쯤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글을 올렸다. 여가부를 유지하면서 이름을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를 보인 것. 8일 오전 현재 윤 후보의 글에는 좋아요 2만4000개와 댓글 8800개가 달려있다. 공유도 1000회 이상 됐다.
윤 후보 캠프 측은 당을 지지하는 민심이 여가부 폐지로 기울어 윤 후보가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앞서 윤 후보는 여가부가 재기능을 수행하지 못 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지만 여가부 폐지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21일 “여가부가 양성평등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홍보 등으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면서, 여가부를 ‘양성평등가족부’로 개편하고 관련 업무와 예산을 재조정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윤 후보가 여가부의 존치를 두고 강경 입장으로 선회한 것은 최근 뒤처지고 있는 2030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리얼미터가 지난 3~4일 전국 만 18세에서 39세 남녀 1024명을 조사해 지난 5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후보별 지지율은 이재명 후보 33.4%, 안철수 후보 19.1%, 윤석열 후보 18.4%로 나왔다. 이어 심상정 정의당 후보 7.5%,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 1.4% 순으로 나타났다. 지지 후보 없음 12.3%, 잘 모름 5.1%, 그 외 인물은 2.8%다.
특히 ‘남녀 양성평등을 가장 잘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은 후보’ 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 24.2%, 안철수 후보 20.0%, 심상정 후보 18.2%, 윤석열 후보 12.2%, 김동연 후보 1.7% 순으로 조사됐다. 없음 15.7%, 잘 모름 5.4%, 기타 인물은 2.7%다.
다만 남성 표심을 자극해 2030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계획은 여성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실제 윤 후보의 글에 달린 댓글 중에는 여가부의 주요 업무를 설명하며, “그런 일들이 필요 없다는 말씀인가요?”라는 반박 댓글도 달려있다. 따라서 2030 표심을 잡기 위한 남성 공략이 여성 지지층 이탈을 불러올 가능성도 있다.
심상정 후보도 7일 저녁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가족부 강화”라는 글을 올렸다. 윤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글을 게시한지 4시간 만에 반대 행보를 보인 것.
민주당에서는 윤 후보의 이번 입장 선회가 이준석 대표 작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윤 후보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두고 “갑자기 여성가족부 폐지라니 그 연기가 너무 성의가 없고, 준비 부족에 즉흥적”이라며 “신지예(전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대신에 이준석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관계자)’ 대신에 ‘이핵관(이준석 대표 측 핵심관계자)’만 보인다. 윤 후보는 진짜 연기만 하나 보다”라고 주장했다.
기사의 설문 결과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자동응답 전화 조사(ARS)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6.9%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