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그룹 에버글로우의 중국인 멤버가 팬사인회에서 큰절 대신 선 채로 팬들에게 인사해 논란에 휩싸였다.
에버글로우 멤버 왕이런은 최근 열린 팬사인회에서 한 손으로 다른 손을 감싸며 허리를 숙이는 중국식 인사로 큰절을 대신했다. 왕이런을 제외한 나머지 멤버들은 새해를 기념하겠다며 팬들에게 큰 절을 했다.
이를 두고 한국 누리꾼들 사이에서 ‘한국에서 활동하며 한국 문화를 따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지난 9일 “중국 누리꾼들로부터 칭찬받는 왕이런이 무릎을 꿇는 한국식 새해 인사를 하지 않았다고 한국 누리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왕이런은 일을 하러 한국에 갔을뿐, 한국 사람이 되기 위해 한국에 간 것이 아니다. 다양성 속에서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문화 공존의 원칙”이라는 중국인 문화평론가의 말을 인용했다.
또 다른 관영매체 관찰자망은 “왕이런 사건 이전에도 한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중국인이 이런 상황에 부딪혔다”면서 그룹 갓세븐 멤버 잭슨과 엑소 전 멤버 타오(황쯔타오)를 예시로 들었다. 이들은 앞서 큰절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아예 바닥에 엎드리거나 한쪽 무릎을 반쯤 구부린 채 웅크려 인사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10일 SNS에 “(중국이) 그런 충고를 할 자격이 있나”라고 적으며 맞불을 놨다.
서 교수는 에버글로우가 지난해 한국 군인을 상대로 위문 공연을 했다는 이유로 소속사가 중국 정부에 징계 받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중국인의 무릎 꿇지 않는 전통은 한국에서도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분단 상황에서 한국의 군대 위문 문화는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환구시보는) 넷플릭스 드리마 ‘오징어게임’, ‘지옥’ 등 중국의 불법 유통을 지적하는 말에는 아직까지 입을 닫고 있다 배우들의 초상권을 무시한 불법 상품 판매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는 중”이라며 “중국은 자신들 문화를 존중받기 위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먼저 존중할 줄 아는 법을 배우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왕이런은 이런 논란을 뒤로 한 채 학업을 위해 이달 중 중국으로 떠난다.
소속사는 이날 에버글로우 팬카페에 글올 올려 “이런은 이달 중순부터 2월 말까지 학업 이유로 중국에 다녀온다”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한동안 만나지 못했던 가족들과 함께 잠시 휴식을 취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에버글로우는 이 기간에도 왕이런 없이 5인조 체제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