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손해보험사는 올 1분기 중 회의를 열고 자동차보험료 인상 여부 및 인상률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손보업계는 3월 초 소비자들에게 인상 여부와 인상률 등 구체적인 내용을 안내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4대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78~80%로 적정손해율을 보였다. 손해율은 납입된 보험료 대비 지출한 보험금을 뜻한다. 손해율이 높을수록 보험사는 적자가 난다.
업계는 자동차보험에서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손해율이 개선된 만큼 흑자를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12월 손해율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흑자 규모는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소비자단체는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보험사가 적자를 이유로 최근 실손보험료를 16%나 인상해놓고 흑자가 예상되는 자동차보험료 인하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적자 때문에 실손보험료를 인상했으면 흑자 난 자동차보험은 보험료를 내리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면서 “보험은 은행이나 증권 같은 투자사와 다르게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데 이윤만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보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단기 흑자로 보험료를 인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이 흑자를 본 해가 2001년과 2017년 두 차례에 불과하다. 그동안 누적 적자는 8조9530억에 달한다”면서 “코로나19로 일시적으로 실적이 나아졌을 뿐 올해는 또다시 적자를 볼 수 있다. 한번 흑자가 났다고 인하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금소연은 보험료를 인상하는 이유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험사들은 사업비 과다, 과잉 진료 등 보험금 누수로 인한 손해를 ‘손해율’ 하나로 설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보험사들이 사업비수입과 집행금액 등을 포함한 종합수익을 발표하지 않아 통계 수치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배홍 국장은 “보험료는 계속 오르는데 정작 소비자들은 왜 인상되는지 그 이유를 모른다. 보험사에서 어떤 문제로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지 설명해야 소비자들도 설득이 될 것”이라면서 “지금은 ‘우리가 계속 적자니까 더 내’라는 말밖에 안 된다. 소비자들과 문제점을 나누는 등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이에 보험사 관계자는 “사업비는 회사마다 다르고, 대외비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면서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관리하는 방안도 있다. 농작물 재해보험처럼 정부가 보험료 일부를 지원해서 적자 폭에 상관없이 손해율에 맞게 보험료를 결정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