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11일 오후 처장과 차장을 포함, 검사회의를 열었다. 통신자료 조회 논란 의견을 수렴, 개선책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자료는 이동통신 이용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등을 뜻한다. 이동통신 가입 시 적는 개인정보와 같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통신자료 제공 요청 사유 등을 전달하면 이동통신사로부터 통신자료를 받아볼 수 있다. 영장은 필요 없다. 개인은 자신의 통신자료 제공 여부를 이동통신사에 문의해야만 알 수 있다.
공수처는 앞서 기자·정치인·법조인과 그 가족 등 300여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해 논란이 됐다. 수사 중인 사건과 크게 관련 없는 사람까지 포함해 사실상 ‘사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수사 대상과 연락하거나 공수처·검찰을 취재한 적 없는 외신 기자도 통신자료 조회 대상이었다. 공수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팬카페 회원인 50대 가정주부의 정보도 살폈다. 공수처는 사찰 논란에 대해 “적법 절차에 따른 수사”라면서 “수사 관행을 개선하겠다”고만 답했다.
공수처뿐만이 아니다. 경찰과 검찰, 국가정보원(국정원) 등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는 과거부터 꾸준히 문제 제기됐다. 지난해 이동통신사 등이 수사기관 등에 제공한 통신자료 건수는 548만건에 달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인 지난 2014년에는 1296만건의 통신자료가 아무런 제재 없이 수사기관 등에 넘어갔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에서는 통신자료 제공 요건을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라고 규정했다. 광범위한 규정으로 인해 사실상 무차별적으로 통신자료 제공이 이뤄진다는 지적이다.
북한 해역에서 실종, 피살된 공무원의 유족을 대리하는 김기윤 변호사는 지난해 총 4차례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넘어간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남부지검과 중앙지검, 서울 서초경찰서, 인천지검 등이다. 김 변호사는 “재판과 수사, 형 집행을 현재 받고 있는 사실이 없다”면서 “제가 맡은 사건이 국가안전보장에 위해가 된다고 판단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꾸준하다. 지난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통신자료 제공 관련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인권위는 지난 6일에도 “통신자료 제공 허용요건이 너무 광범위하다”며 “사전·사후적 통제 절차가 미비하고 해당 이용자에 대한 제공내역 통보 절차도 갖춰져 있지 않아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 제기됐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좌절됐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조속한 법 개정 등을 촉구했다. 장여경 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11일 진행된 ‘공수처 사찰 논란으로 본 통신자료수집 문제와 해결방안’ 좌담회에서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의 통신자료에는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됐다”며 “수사기관에서는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여러 가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97년부터 제안된 통신자료 제도개선과 입법안을 살펴보면 통신자료 정보 제공 당사자에게 알리고 법원 허가받으라는 것이 주요 요지”라며 “통제장치를 만들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좌담회에 참여한 양홍석 변호사는 “정보제공을 통지하는 것만으로는 어떠한 권리 보장도 이뤄질 수 없다. 통지는 개인에게 알아서 (해결)하라는 이야기”며 “통신자료 제공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 시민을 대신해 자료 제공 관련 실질적 심사를 할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