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위문편지냐" "현타온다" "씁쓸하다"
국군 장병을 조롱하는 듯한 내용을 군 장병에게 보내는 위문편지에 쓴 학생과 이 행사를 주최한 서울 한 여자고등학교가 논란이다.
학교 측의 강요에 일부 학생들의 반발이 심했다는 주장에 '여고에서 강요하는 위문편지를 금지해달라'는 청원까지 등장한 가운데 해당 편지는 희망자에 한해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남성들은 "왜 군대까지 가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분한 걸 넘어 무기력감까지 든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13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서울의 A고교에서 촉발된 '위문편지'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학교에 대한 반발 심리로 조롱 위문편지를 작성한 학생을 비판하는 여론과 함께 학교가 봉사시간을 빌미로 학생들에게 군장병 위문을 사실상 강요한 것이라는 비판이 충돌한다. 위문편지를 둘러싼 학교와 학생들의 갈등에 애꿎은 군 장병만 마음의 상처를 입은 셈이 됐다.
20대 남성 임모(28)씨는 "그래도 국방의 의무로 나라를 지키는 군인인데 이런 취급은 화난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에 위문편지를 쓰라고 하면서 정작 군대, 군인의 필요성 등 대한 설명이나 교육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직장인 김모(30)씨는 "군에서 위문편지 받으면 감사하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군 생활이 즐거워지는 건 아니었다"며 "군인들이 위문편지를 써달라고 한 것도 부탁한 것도 아닌데 예전부터 해오던 행사란 이유로 할 필요가 있나. 이런 조롱성 편지로 군인들 마음에 상처만 준 것"이라고 말했다.
2030 남성들이 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부 커뮤니티에서도 "왜 신청을 한 건가" "봉사시간은 받고 싶은데 막상 편지 써주기는 싫었나" "20대초 힘들게 인생 낭비하면서 나라지키는데 위로받는 것도 힘들다니 참" "처참하다" 등 반응을 보였다.
군 위문편지 논란은 지난 11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를 통해 한 장병이 A고교 학생으로부터 받은 편지 내용이 알려지며 시작됐다. 편지에는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은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 '저도 이제 고3이라 X지겠는데 이딴 행사 참여하고 있으니까 님은 열심히 하시라'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등 군인을 조롱하는 듯한 내용이 담겼다. SNS을 통해 알려진 또 다른 편지에는 '군대에 샤인 머스켓은 나오나요' '아름다운 계절이니 만큼 군대에서 비누는 줍지 마시라'는 내용이 적혔다.
논란이 커지자 A고교 측은 "지난해 위문편지 중 일부의 부적절한 표현으로 인해 행사의 본래 취지와 의미가 심하게 왜곡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이라며 "1961년 시작해 해마다 이어져 오는 행사로 젊은 시절의 소중한 시간을 조국의 안전을 위해 희생하는 국군 장병들께 감사하고 동일과 안보의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할 수 있는 의미있는 교육활동으로 삼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본교에서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국군 장병 위문의 다양한 방안을 계속 강구하고 있다"며 "향후 어떠한 행사에서도 국군 장병에 대한 감사와 통일 안보의 중요성 인식이라는 본래의 취지와 목적이 훼손되지 않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SNS에서는 A고교 학생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위문편지 쓰라고 했을 때 반발이 심했는데 학교 측에서 가이드까지 나눠주면서 쓰라고 시켰다" "위문편지를 쓰지 않으면 봉사시간이 없어져 두 장씩 억지로 썼다" 등의 주장이 제기됐고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학교에서 위문편지를 작성하게 하는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날 '여자고등학교에서 강요하는 위문편지를 금지해달라'는 청원이 게시돼 13일 오후 4시45분 기준 10만5103명의 동의를 얻었다.
여기에 뉴시스, 뉴스1 등 언론을 통해 위문편지 행사가 강제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희망자에 한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해당 학교에서 위문편지를 작성한 학생은 1~2학년의 절반 가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위문편지 논란이 젠더 갈등 양상을 띠기 시작했고 분개한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선 해당 학생에 대한 신상털기, 성희롱 발언까지 나왔다.
서울시교육청과 산하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은 해당 논란이 학교 내부 문제, 학생의 개인 일탈 등을 넘어 젠더 갈등 등으로 확전하자 골치가 아픈 모양새다. 해당 내용과 관련한 쿠키뉴스의 취재 요청에 서로에게 답변을 미루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