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지 않아 법정 공방 끝에 호주오픈 출전이 무산된 남자 테니스 단식 세계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유럽에서 열리는 대회에도 줄줄이 참가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17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이날 스페인을 방문 중인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코비치가 4월 말 열리는 마드리드 오픈에 출전하려면 스페인 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산체스 총리는 “호주 정부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한다”며 “우리나라에서 경기하기를 원하는 모든 선수는 스페인의 방역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숄츠 독일 총리도 “각 나라가 적용하는 각각의 규칙은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며 “(그 나라에서는) 우리가 누구든지 간에 그들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거들었다.
스페인은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의무화는 아니다. 다만 백신 증명서나 72시간 내 PCR 음성 검사서, 코로나19에 걸린 뒤 완전히 회복됐다는 증명서 중 하나를 소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조코비치는 오는 5월에 있을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에도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록사나 마라시네아누 교육부 산하 체육 담당 장관은 이날 프랑스에서 열리는 각종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선수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하원은 지난 16일 보건 증명서를 백신 증명서로 대체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이 시행되면 프랑스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을 맞거나 코로나19 항체가 있는 사람만 백신 증명서를 받을 수 있다. 이 증명서가 있어야만 식당이나 카페, 영화관, 공연장, 경기장 등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앞서 백신 접종을 거부한 조코비치는 호주오픈에 출전하려고 지난 5일 호주에 도착했으나, 법정 다툼 끝에 입국 비자가 취소돼 고국으로 발길을 돌린 바 있다.
조코비치는 로저 페더러(스위스),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함께 남자 테니스 ‘빅3’로 불린다. 세 선수 모두 메이저 대회에서 20회 우승 타이기록을 나눠가졌다.
조코비치는 이 가운데 가장 어리고, 몇 년 사이 기량 면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호주오픈에서 최근 3연패를 달성하는 등 무려 9번이나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에, 이번 호주오픈에서 대관식이 거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 이상, 조코비치의 21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은 기약이 없어 보인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