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대장주 신라젠에 대해 한국거래소 코스닥 기업심사위원회가 상장 폐지를 결정하면서 공은 코스닥시장위원회로 넘어갔다. 신라젠이 최후 소명 준비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선 가운데 17만명의 소액 주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한국거래소는 기심위를 열어 신라젠에 대한 상장폐지를 심의했다.
신라젠은 문은상 전 대표 등의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2020년 5월부터 주권매매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기심위는 신라젠에 개선 기간 1년을 부여했다. 업계에서는 신라젠이 최대주주 교체와 자금 확충에 나서며 개선 의지를 보인 만큼 거래 재개에 대한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1년 8개월만에 기심위는 결국 상폐 결정을 내렸다. 기심위는 신라젠의 신약 파이프라인(개발제품군)이 줄어드는 점 등 영업의 연속성을 문제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액주주들이 투자한 주식 6625만여주가 휴짓조각이 될 위기에 놓였다.
최종 상장폐지는 다음달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결정된다.
2년 가까이 기다려 온 소액주주들은 반발하며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2020년 말 기준 신라젠의 소액주주는 17만4186명, 주식 수는 6625만3111주로 지분율이 92.60%에 달한다. 그간 소액주주들은 장기간 이어진 신라젠의 거래정지가 부당하다며 거래소,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어왔다.
신라젠의 거래재개 기대감에 최대주주인 엠투엔을 사들였던 투자자들도 멘붕에 빠졌다. 기심위의 결정 이후 엠투엔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날 오후 1시40분 현재 엠투엔 주가는 전날보다 29.74% 하락한 8150원에 거래 중이다.
신라젠 소액주주 온라인 커뮤니티와 주식 관련 커뮤니티, 종목토론방 등에는 소액주주들의 항의가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한 투자자는 "아직 (상폐 결정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얼마 안 되는 희망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건가. '언젠가는 탈출하겠지'라는 생각에 기다렸는데 수백만원 손실에 속만 타들어 간다"고 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다 포기하고 싶어진다. (신라젠 상장 폐지 반대) 집회에서 열심히 외쳐도 누구 하나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외에도 "2년을 희망고문당하며 기다렸는데ㅜㅜ" "피같은 1500만원이 걸려있다. 심장 떨린다" "우리 신랑 매수하고 3일만에 정리돼 오늘까지 결과만 기다렸는데 (기심위 결정에) 자리 펴고 누웠다" 등 반응이 나왔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집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라젠과 최대주주인 엠투엔의 소액주주 단톡방에선 거래소 앞 릴레이 1인 시위와 검찰청 항의 방문 등 계획이 공유되고 있다. 일부 투자자 사이에선 거래서를 상대로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신라젠도 적극적인 소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라젠은 홈페이지 입장문을 통해 "당사는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며 "현재 당사는 정상적으로 주요 임상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연구개발 등 경영활동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