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이 임신부에 대해 계속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고위험군인 만큼 '백신 접종 권고대상'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방역패스 지침을 바라보는 임신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태아에 안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을 우려하는 임신부들은 방역패스 제외를 주장하는 반면 일부에서는 방역패스 적용을 이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일 쿠키뉴스와 만난 임산부들은 임신부 방역패스에 대해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먼저 접종을 하지 않은 임신부들은 방역패스가 사실상 접종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30대 임신부 김모씨는 "임신부는 태아를 걱정해 감기약도, 소화제도 함부로 먹지 않는다"며 "산부인과에 물어보니 '맞아도 괜찮다'고 했지만 선택이라며 확답은 안해주더라. 위험부담은 임신부가 다 떠안아야 하는 상황인데 정부가 방역패스를 권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최근 1차 접종을 한 임신 8개월차 이모씨는 "산부인과 담당 선생님이 '꼭 접종해야 한다'고 하셔서 맞긴 했지만 심장이 두근대는 증상 등으로 고생해 솔직히 주변에 권하고 싶진 않다"며 "방역패스 자체가 개인의 자율권과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본다. 특히 방역당국이 임신 12주 이내 초기 임신부는 백신 맞기 전에 주치의와 상담한 후 접종하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최소한 12주 이내 임신부에게는 예외를 인정해줘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임신·출산·육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임신부 방역패스 적용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날이 추워 갈 곳이 없어 첫째 아이를 데리고 주말마다 문화센터에 다녔는데 이제는 방역패스 때문에 못간다"며 "방역패스 때문에 키즈카페, 식당도 못간다. 아기 (뱃속 둘째 아이) 걱정에 감기약도 함부로 못 먹는데 (이런 상황이) 너무 억울하다. 태아에게 안좋은 일이 생기면 정부가 책임져 줄 건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에도 임신부에 대한 방역패스를 완화해달라는 청원 글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임신부와 태아, 타인을 위해서라도 접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며칠 전 출산한 양모씨는 한 달 뒤 접종 계획이라면서 "최근 일부 접종한 임신부들 사이에선 조리원을 기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임신부 접종률이 1% 안팎으로 상당히 낮은 상황에서 신생아들과 미접종 산모가 한 공간에 있는 것에 대해 불안해한다고 귀띔했다. 감염을 우려해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산모도 많다고 한다.
임신·출산 관련 커뮤니티에도 "불편하겠지만 (확산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다" "당연히 방역패스 제외 안해줄 것 같았다. 속상해도 이 정도는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백신 안 맞고 식당·카페 등 이용하는 게 불안하긴 하다" 등 옹호하는 반응이 나왔다.
일부 임신부들은 커뮤니티에 접종을 고민하는 다른 임신부들을 위해 접종 후기를 남기기고 있다. 각각 임신 17주차, 37주차라고 밝힌 누리꾼들은 방역패스 만료를 앞두고 산부인과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 후 접종했다고 전하면서 접종 후 어떤 증상이 나타났는지 상세하게 공유하기도 했다.
지난달 9일 기준 1차 접종을 마친 임신부는 2087명, 2차 접종을 마친 임신부는 1175명으로 집계됐다. 임신부 접종을 최초로 실시한 지난해 9월 기준 전국 임신부 수(13만9000여명)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임신부의 1차 접종률은 1.5%, 2차 접종률은 0.84%에 불과하다.
방역당국은 임신부를 백신 접종 권고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임신부와 태아 모두를 위해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유미 방대본 일상방역관리팀장은 지난 19일 "코로나19에 확진된 미접종 임신부의 위험사례 등이 보고된 만큼 임신부에게는 임신 주수와 관계없이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며 "다만 임신 12주 이내의 초기 임신부는 백신을 맞기 전에 주치의와 상담한 후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