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미국 머크(MSD)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먹는 치료제 ‘몰누피라비르’의 제네릭 제품 생산에 나선다.
기업들은 국내 인프라를 활용해 원료 및 완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제품들은 전량 해외 수출되며, 국내에 공급되지 않을 전망이다.20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한미약품, 셀트리온, 동방에프티엘 등 3개 기업이 몰누피라비르 제네릭을 생산해 105개 중저소득국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완제품, 동방에프티엘은 원료를 각각 생산한다. 한미약품은 원료의약품 전문 자회사로 한미정밀화학을 두고 있어, 원료와 완제품을 모두 생산한다.
각 기업들과 생산 및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은 국제의약품특허풀(MPP)이다. MPP는 지난 2010년 국제연합(UN) 산하에 설립된 조직으로, 저발전국가에 필요한 의약품을 원활히 공급하기 위해 운영된다. 특정 의약품의 특허권을 소유한 기업과 협상해 다른 기업들이 제네릭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계약하고, 이를 통해 생산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저발전국가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MPP는 지난해 10월 MSD와 협상을 체결한 후 12월 초까지 몰누피라비르 제네릭을 생산할 기업을 공모했다. 심사를 거쳐 원료를 생산할 5개 기업, 원료·완제품 모두 생산할 13개 기업, 완제품만 생산할 9개 기업 등 총 27곳을 발표했다. 국내 3개 기업 외에도 인도(10개), 중국(5개), 방글라데시(2개) 등 총 11개국에서 기업들이 선정됐다.
국내 3개 기업들은 MSD로부터 몰누피라비르 제네릭 제조에 필요한 기술을 전달받게 된다. 제네릭 제품을 판매할 때 부담하게 되는 특허 사용료는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 종식을 선언할때까지 면제된다. 저발전국가의 치료제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국내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이 판매될 국가는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일부 지역의 105개 국가 가운데 지정된다. 아직까지 각 기업의 제품이 어떤 국가에 판매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조달기구가 입찰해 분배하거나, 개별 국가들의 입찰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예상이다.
국내 기업이 만든 제품을 국내에서는 만날 수는 없다. 정부는 지금까지 몰누피라비르 24만2000명분을 확보했으며, 긴급사용 허가를 심사 중이다. 이는 MSD와 직계약한 물량으로, MSD는 현재 선진국을 대상으로 오리지널 제품 직계약을 고수하고 있다.
기업들은 몰누피라비르 제네릭 제품의 국내 공급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계약 상대방이 MSD가 아닌 MPP이고, 계약상 저발전국가에만 제네릭 제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며 “계약서를 바꾸지 않는 한 우리 기업이 생산한 몰누피라비르가 국내에 공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고려해 국제기구가 나서서 치료제를 분배하는 차원에서 제네릭 제품이 생산되는 것이기 때문에 공급할 수 있는 대상 국가도 제한적으로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발전국가 이외에는 계속해서 오리지널 제품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며 “자사가 생산하는 제네릭의 국내 공급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부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