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의 야권 단일화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윤 후보는 7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 특별강연 뒤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가’라는 질문에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전날부터 계속 그렇게 말씀 드렸는데 더는 드릴 말 없다”고 답했다.
‘정권교체를 위해 안 후보와 단일화가 필수 조건이라고 보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외에는 더 드릴 말이 없다”고 짧게 답했다. 이날 오전 권영세 선대본부장의 ‘단일화 필요성’ 발언과 관련해서도 “얘기해본 바 없다. 따로 논평하거나 드릴 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윤 후보가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오면서 야권 단일화 성사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전날 윤 후보는 광주 선대위 결의대회 직후 “단일화는 기본적으로 나와 선대본부에서 다룰 문제다.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부적절하다”고 말했고, 지난 4일 진행돼 이날 오전 공개된 한국일보 인터뷰에선 “단일화는 배제할 필요가 없다. 한다면 안 후보와 나 사이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했다.
선대본부에서도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 본부장은 오전 선대본부 회의 직후 ‘단일화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물론”이라고 답했다. 또 “윤 후보가 인터뷰에서 DJP 연합을 얘기했는데 조용히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했다”면서 “그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윤 후보의 발언을 해석했다.
그러나 윤 후보 측의 입장에 안 후보는 불쾌감을 내비쳤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디지털경제연합 주최로 열린 ‘G3 디지털경제 강국 도약을 위한 대선후보 초청 정책 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어제는 아니라고 했다가 오늘은 또 된다고 그랬다. 이런 문제를 공개적으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당 내에서도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김철근 국민의힘 당 대표 정무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야권 단일화 얘기가 슬슬 나오고 있다. 예견된 일이었지만 현실화 되니 참으로 암담한 일”이라며 “야권 후보 단일화론은 반문연대(반 문재인 연대)의 변형된 표현일 뿐이다. 1등으로 달리는 윤 후보에 대한 불안감을 조성하고 마치 후보 단일화만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호도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후보 단일화론이 가지는 피로감, 그 어려운 과정들이 실제로 대선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도 회의적”이라며 “우리 당과 우리 후보는 세대연합론을 공고히 하고 새로운 지지층 확대에 힘을 쏟아야한다. 안 후보의 고독한 결단과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겠다”고 압박했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