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대선후보 배우자들이 잇달아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과잉의전 논란에 휩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배우자 김혜경씨와 대학 겸임교수 허위지원 의혹을 받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 이야기다.
나란히 사과한 김혜경·김건희… 논란 12일만
김혜경씨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과잉 의전’ 논란을 사과했다. 해당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보도(지난달 28일)된지 12일 만이다. 김혜경씨는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배 모 사무관은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사람이다. 오랜 인연이다 보니 때론 여러 도움을 받았다”고 의혹을 일부 인정했다. 또 “공직자 배우자로서 모든 점에 조심해야 했다. 공과 사 구분을 분명히 해야 했는데 내가 많이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의혹과 관련한 상세한 해명은 밝히진 않았다. 김혜경씨는 ‘의혹 인정 범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때 최선을 다해서 협조를 하고 거기에 따라 결과가 나오면, 응분의 책임이 있다면 책임질 것”이라고만 답했다.
김건희씨도 김혜경씨와 같이 논란 12일 만에 공식 사과를 한 바 있다. 김건희씨는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3시께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문을 약 6분간 읽었다. “일과 학업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이 있는데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허위이력 기재 의혹을 인정했다.
사과문 상당부분은 배우자 윤 후보에 대한 미안함으로 채워졌다. 김건희씨는 “존경하는 남편이 나 때문에 지금 너무 어려운 입장이 됐다. 결혼 이후 남편이 겪은 모든 고통이 다 내 탓”이라고 말했다. 또 유산 경험을 언급하며 “잘못한 김건희를 욕하시더라도 남편에 대한 마음만큼은 거두지 말아주길 부탁드린다”고 감정에 호소했다.
“반쪽짜리 사과”
두 사람의 사과 직후 ‘짧고 늦은 사과’, ‘구체적인 해명 부재’ 등이 공통적인 문제로 지적됐다.
국민의힘은 김혜경씨의 사과를 놓고 “참 희한한 8분짜리 사과쇼”라고 맹비난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주어도 없고 목적어도 없다”며 “누가 잘못을 했다는 것인지 뭘 잘못했다는 것인지 잘못을 인정하기는 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상한 사과”라고 비판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사과하는 척이라도 하자는 ‘사과 쇼’에 불과했다”며 “김혜경씨는 340글자, 인사말을 제외하면 단 10문장에 불과한 무성의한 사과문에 무엇을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대목 한 단락 없이 시종일관 사안의 본질을 흐리는 데만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의 비판은 지난해 12월 민주당의 ‘김건희씨 사과’와 유사했다. 민주당도 김건희씨 사과 직후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맹공격을 퍼부은 바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국민에 대한 사과가 아니고 남편에 대한 사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국민에 대한 사과라면 시작을 가족 얘기, 남편 얘기부터 시작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전용기 민주당 선거대책위 대변인도 페이스북을 통해 “작위적인 연출로 감정에 호소한다고 김건희씨의 잘못이 덮어지지 않는다”며 “전날 부인은 대국민 사과라고 나와서 남편에게 사과하고, 오늘은 남편은 셀프 인터뷰로 배우자를 두둔하는 모습에 진정성을 느끼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주거니 받거니’, 잘 짜인 각본처럼 움직이는 부부의 모습이 눈물겹다”고 일갈했다.
여론은… ‘부정적인 영향’ 김혜경 56% vs 김건희 47.8%
두 배우자 논란이 각 후보에게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 영향 전망’과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김혜경씨는 50%대 이상, 김건희씨는 40%대 수치를 보였다.
칸타코리아가 서울경제 의뢰로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김혜경씨의 공무원 사적 심부름과 법인카드 유용 등 논란이 이 후보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라는 답변은 56%를 기록했다. 별로 영향이 없을 것 37.2%, 긍정적 영향을 줄 것 4.6%에 그쳤다.
반대로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서울의소리 기자와 통화한 녹취록 보도가 윤 후보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답변은 47.8%였다. 별로 영향이 없을 것과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은 각각 43.9%, 4.6%였다.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