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김포 아파트 2~3억원’ 발언을 두고 김포 지역 시민 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정확한 시세파악 없이 어림진작으로 김포 아파트값을 낮춰 잡아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온 상황이다. 현 정부 들어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일산 5억 아파트’ 발언 논란도 있었던 만큼 정치권에는 ‘아파트 시세 발언’ 주의보가 내려졌다.
김포검단시민연대는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님, 안녕히 가세요~”라는 제목의 지지철회문을 발표했다. 이는 이 후보가 전날 열린 2차 TV토론에서 김포에 아파트 조성원가를 고려해 20평대 아파트를 2~3억원대에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됐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당시 이 후보를 향해 “청년 최초 주택 구입자 LTV 담보대출을 최대 80~90%까지 해준다고 말씀했는데, (청년들의) 부채 절반 가까이가 주거 때문에 발생했기에 주택이 중요하다. 그런데 말처럼 90%까지 올린다면 집값이 12억원인데 10억만 잡아도 9억원까지 대출해준다는 것”이라며 “30년 동안 만기로 하면 원리금이 월 330만원이다. 부채상환비율 40%면 소득이 1억원이 돼야 한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라는 게 결국은 1억원 수준의 고소득자들의 주택구입을 설계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이에 “정확한 지적인데 전제가 다르다. 저희는 시세를 말씀드린 게 아니고 조성원가, 건축원가가 현재 시세 절반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분양가에 하겠다고 말씀을 드린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은 수십평이 아니고 약 20평짜리면 한 2~3억원, 3억원대”라고 말했다. 심 후보가 “어느 집이 3억원이냐”고 되묻자 이 후보는 “김포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에 심 후보는 “김포에 20평짜리가 3억원이냐”고 되받아 쳤다.
김포검단시민연대는 이 후보의 발언을 두고 “50만 김포 이런 데 사는 사람들은 이제 그만 이재명님을 놓아드리려 한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를 역임했으면서도 경기도 김포시 이런데는 2~3억원이면 집을 살 수 있는 곳으로 알고 있는 남다른 현실 감각의 소유자”라며 “이 후보는 이런 남다른 현실 감각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야무진 포부의 상남자이기도 하다. 50만 김포 이런 데 사는 사람들은 이제 그만 안녕을 고한다”고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아파트 시세를 두고 발언이 경솔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집값에 대한 국민 민감도가 높은 상황에서 정확한 파악 없이 특정 지역 아파트 값을 구체적으로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는 반응이다. 야당 관계자는 “앞서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일산의 본인 집값을 잘 못 발언해 지역 주민들이 들고 일어서지 않았냐”며 “국민이 집값에 예민한 상황에서 정확히 모르는 집값을 언급해 지역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김 전 장관은 2010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5억원짜리 아파트도 있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있다. 수도권에도 있다. 저희 집 정도는 디딤돌 대출로 살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후 김 전 장관이 거주하던 일산의 한 아파트 주민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본인 소유 아파트의 정확한 시세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부정확한 가격을 언급했다”며 “수도권에서 가장 저렴한 아파트로 오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입주민들은 경악과 분노를 금치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야당 관계자는 “다들 특정 지역 아파트 값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는 것을 조심한다”며 “앞서 김현미 전 장관 논란도 있고, 대선 기간인 만큼 더 주의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