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20여 일 남긴 가운데 대선 후보들이 원전,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정책과 관련 공약을 내놨다. 특히 지난 11일 대선 2차 TV 토론회에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놓고 일부 후보 사이에서 논쟁이 오가면서 에너지 정책 분야에 대한 추가 토론이 예상된다.
한국원자력학회는 14일 대선 후보들이 TV토론에서 한 발언과 관련해 이슈 팩트체크를 진행했다. 대선 후보들의 발언과 관련한 에너지 이슈를 점검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날 행사 패널로는 정동욱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을 비롯해 이기복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심형진 서울대 교수, 김희령 UNIST 교수 등이 참석했다.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34%까지 유지하려면 신규원전 30개를 더 지어야 한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지난 11일 2차 TV토론회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향후 원전 활용 여부를 물었다. 이 과정서 ‘2030년 원전 비중을 34%를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신규원전 30개 건립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 전문가들은 사실과 다소 다를 수 있다고 봤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는 “신규원전을 짓지 않고서도 2030년 원전 비중 34%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심 교수는 정부가 지난해 밝힌 ‘NDC2030 상향안’ 시나리오 1·2호안을 두 가지를 제시하면서 어떠한 시나리오를 선택하든지 원전의 발전 비중은 30% 정도는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규원전을 짓지 않고도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원전을 안전성 평가 후 재가동하면 충분히 34%가량 발전 비중을 유지한다는 설명이다.
심 교수는 탈원전 정책을 유지해 신규원전 건설이 없고 폐쇄 예정인 원전의 가동을 전격 중단하는 경우, 2030년 기준 원전 발전 비중은 23.9%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또 2030년 이전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10기의 원전을 안전성 평가를 거쳐 재가동, 신한울 3·4·5호기까지 운영(총 30기 가동)하면 2030년 기준 원전 발전 비중은 37.1%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심 교수는 “실제 미국에서도 93기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고 40년 설계 수명을 다하고 운전 중인 원전이 50기에 이른다”며 “한국도 원자력안전위원회 안정성 평가를 거치면 얼마든지 설계 수명 만료 원전을 재가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원전 함께 가야 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원전 활용 여부를 묻는 심상정 후보 질문에 “프랑스도 원전 르네상스라고 하지만, 원전 외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적극 투자하기로 했다. 둘은 같이 가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가 가장 핵심적이나 원전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재생에너지가 에너지 효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더라도 자연적 간헐성이나 전력공급 불완전성을 지녀 이를 보완하는 에너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기복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는 “2050년 무렵이면 낮 동안에는 태양광만으로도 충분히 전력공급이 되고 남은 잉여전력을 에너지 저장장치에 저장했다가 밤에 사용하면 된다”면서도 “긴 장마 시즌에는 하루 필요 전력수요량을 태양광으로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는 원자력과 같은 비경직성 에너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특정 에너지원만을 가져가기 보다 각 에너지원 장단점을 잘 살려서 최적의 에너지 믹스를 구성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 비용이 10년 후면 원전보다 싸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TV 토론회에 참석해 태양력·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공약을 소개하면서 “재생에너지 단가가 이미 화석 연료 단가를 넘어섰고, 10년 후면 원자력 발전 단가를 넘어선다는 전망이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심형진 서울대 교수는 “발전설비들이 늘어날수록 에너지 단가가 떨어지는 경향성은 일반적이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시간이 갈수록 단가가 낮아진다”면서도 “원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발전 단가가 개선된다는 전망은 다소 무리”라고 봤다.
심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증대된 안전성 향상 목표와 사회적 비용에 따라 원전 발전 단가가 전 세계적으로 오른 게 사실이지만, 한국 원자력 산업은 산업 건전성이 높아 발전 단가가 크게 늘지 않았고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낮아지더라도 원전의 경제성을 뛰어넘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심 교수는 “미국과 프랑스 신규원전 경우, 공사 기간이 10년 이상 지연되면서 자본에 대한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났고 발전 단가에 반영된 것”이라며 “산업 건전성이 좋은 한국 상황과는 구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OECD가 2020년에 발표한 2025년 기준 신규원전 발전 단가 자료를 보면 한국 원전의 발전 단가는 60원/kWh 수준으로 5년 이후에도 여전히 가장 저렴하고 효율 높은 에너지원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원자력학회가 주최한 ‘20대 대선후보 토론 검증 원자력 이슈포럼’은 한국원자력학회 공식 유튜브(원자력 이소TV)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