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크러쉬 무장해 글로벌 겨냥…요즘 걸그룹 영업비밀

걸크러쉬 무장해 글로벌 겨냥…요즘 걸그룹 영업비밀

기사승인 2022-02-23 06:00:23
지난달 데뷔한 그룹 케플러. 스윙·웨이크원 엔터테인먼트

20만6500장. 그룹 케플러가 올해 초 데뷔 일주일 만에 달성한 음반 판매량이다. 역대 걸그룹 데뷔 음반 초동 판매량 가운데 가장 높다. 그보다 한 달 여 먼저 출사표를 던진 그룹 아이브는 초동 판매량 15만장을 기록하며 케플러의 뒤를 이었다. 22일 세상에 나온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엔믹스는 지난해 7월 팀 이름과 멤버 구성 등도 밝히지 않은 상태로 데뷔 음반을 예약 판매해 6만 장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올해 걸그룹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데뷔와 동시에 글로벌 팬덤을 꾸린 ‘대형 신인’ 덕분이다. 아이브와 케플러, 엔믹스 외에도 여러 기획사에서 걸그룹들이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만 하더라도 올해 산하 레이블을 통해 2~3팀을 내놓을 전망이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그룹 샤이니·에프엑스 등을 브랜딩한 민희진 브랜드총괄(CBO)이 제작하는 그룹을 비롯해 쏘스뮤직과 빌리프랩 소속 신인 그룹이 각각 한 팀씩 데뷔한다. YG엔터테인먼트 역시 올해 신인 걸그룹을 데뷔시킬 거란 소문이 파다하다. 다만 데뷔 시기와 멤버 구성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같은 4세대 걸그룹은 결성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이전 세대 그룹들과 구분된다. ‘걸그룹은 내수 행사용’으로 여겨지던 10년 전과 달리, 걸그룹을 글로벌 아티스트로 육성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선 그룹 블랙핑크를 분수령으로 꼽는다. 2016년 데뷔한 블랙핑크는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와 영국 오피셜 차트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과시했다. 일본에서 새 한류를 이끌던 그룹 트와이스도 지난해 첫 영어곡을 내고 올해 초 미국 투어를 재개하는 등 저변을 넓히고 있다.

JYP엔터테인먼트 신인 그룹으로 주목받은 엔믹스. JYP엔터테인먼트

신인 그룹들이 한국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기를 얻는 사례도 늘었다. 케플러의 데뷔곡 ‘와 다 다’(WA DA DA)는 한국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최고 91위까지 올랐다가 순위 밖으로 벗어났지만, 세계 최대 음원사이트인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톱 200 차트와 미국 빌보드가 집계하는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 차트에 오르는 등 해외 차트에서 선전했다. 아이브 역시 데뷔곡 ‘일레븐’(ELEVEN)으로 스포티파이 글로벌 톱 200 차트와 중국 QQ뮤직 인기 차트에 진입했다.

이런 경향은 걸그룹 콘셉트에도 영향을 줬다.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이 선호하던 청순한 콘셉트는 점차 줄고, 당당하고 주체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팀이 늘었다. 걸그룹 제작사들이 ‘한철 유행’보다 ‘글로벌 팬덤 구축’에 열을 올리면서 음악도 질적으로 향상됐다. 올해 신설된 한국대중음악상 K팝 최우수 노래 부문 후보를 보면, 5팀 중 3팀(에스파·스테이씨·위클리)이 걸그룹이다. 장르 면에서는 선율이 강조되는 이지 리스닝 계열 팝보다는 강렬한 사운드가 두드러진 힙합, 하우스풍 댄스 음악이 선호되는 분위기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원은 “해외에서 성공한 방탄소년단이 보이그룹에게 비즈니스 롤모델이 됐듯, 걸그룹 시장에선 블랙핑크가 아시아뿐만 아니라 서구 유럽까지 커버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했다”며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K팝 걸그룹을 향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이에 따라 K팝 걸그룹의 영향력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블랙핑크를 롤모델로 삼는 ‘해외향 걸그룹’ 제작이 늘어나면서, 청순 콘셉트는 줄어들고 센 캐릭터를 가진 걸그룹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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