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적 한 번 울려주세요. 이재명은 합니다. (빵빵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말에 유세 현장이 자동차 경적 소리로 가득 찼다. 이 후보가 한국 정치사 최초 ‘드라이브 인(Drive-in)’ 유세 첫 선을 보였다.
이 후보는 26일 파주 평화누리캠핑장 옆 평화주차장 유세에서 “어릴 때 로망 중 하나가 자동차 극장에 가는 거였는데 아직 한 번도 못 가봤다”면서 “차를 타고 영화를 보는 것도 재밌지만 유세를 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유세는 ‘드라이브 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자동차 극장처럼 후보가 야외에서 유세를 하면 이를 유권자들이 차 안에서 듣는 형식이다. 한국 정치사에서 드라이브인 유세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활용한 바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상황임을 감안해 고안한 유세 방식이다. 전용기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내고 “추운 날씨와 코로나19 상황 등 유세장에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었던 가족 단위 지지자들을 위한 기획에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세 장소에는 주최측 추산, 800여대의 차량이 입장했다. 차량에 민주당 상징 색깔인 파란색 풍선을 달거나 이 후보의 선거 포스터를 붙여 지지를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또한 ‘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등 이 후보의 공약을 붙인 차량도 있었다.
새로운 유세 방식인 만큼 색다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후보 연설에 앞서 사회를 맡은 한준호 수행실장이 “대답으로 ‘네’는 클랙슨 한 번, ‘아니요’는 두 번을 울리자”며 미리 구호를 맞췄다. 이 후보 연설이 시작되자 시민들은 깜빡이를 켜거나 박수 대신 ‘빵빵빵’ 경적을 울리면서 호응했다.
이곳에서 기자가 만난 시민들은 처음 보는 유세 방식에 “역시 이재명”이라며 치켜세웠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우크라이나 사태 등 위기 상황인 만큼 일을 잘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파주에 사는 40대 이모씨는 “지나가는 길에 아들과 함께 이 후보를 보러 왔다”며 “신선한 시도 같아 보인다”고 했다. 또한 “다른 후보들도 훌륭하겠지만 코로나19 등 위기인 상황에서 이 후보는 성남시장·경기도지사를 해봤기 때문에 훨씬 나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고 밝힌 윤모씨(21세)도 유세 방식에 대해 “요즘 코로나19 시국에 맞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경기도지사 시절 계곡 불법시설 철거 협상을 하는 영상을 보고 이 후보의 엄청난 팬이 됐다”며 “공약하면 실행하는 모습,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보며 좋아하게 됐다”고 밝혔다.
파주에서 가까운 일산에서 왔다는 30대 김모씨는 “집 가까운 곳에 이 후보가 왔다길래 친구들과 함께 왔다”며 “음악 예능에서 드라이브 인 방식으로 콘서트하는 것을 본 적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콘서트를 못 갔는데 여기 오니 비슷한 느낌이 난다. 일 잘하는 이 후보다운 참신한 시도”라고 호평했다.
우연히 이곳을 찾은 시민도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60대 박모씨는 “아들 운전연습 삼아 가족들끼리 임진각으로 놀러왔다가 차들이 많이 모여 있길래 한 번 와봤다. 드라이브 인 유세 방식을 보니 신기하다”면서 “성남시장 때부터 이 후보를 지지했다. 무엇보다 일을 잘하고 전투력이 있어서 좋다”고 했다.
파주=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