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병풍’ 아파트 사라진다...조망권 논란도

한강변 ‘병풍’ 아파트 사라진다...조망권 논란도

아파트 35층 높이 규제 8년 만에 폐지
다양한 아파트 들어서고, 개발 탄력 전망
조망권 문제두고 공공성 ‘확보’ 주장도

기사승인 2022-03-04 06:00:14
일정한 높이의 한강변 아파트 단지 모습.   쿠키뉴스DB

서울 한강변에 병풍처럼 늘어서있는 아파트들이 사라진다. 대신 다양한 높이와 다채로운 디자인의 아파트들이 들어서게 된다.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 마련된 ‘35층 높이’ 규제가 폐지되면서 한강변을 중심으로 서울 전역의 스카이라인에 변화가 발생할 전망이다. 다만 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시민이 즐길 수 있는 조망권이 훼손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3일 시청에서 직접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을 발표했다. 서울도시기본계획은 서울시가 추진할 각종 계획의 지침이 되는 최상위 법정 도시계획으로 향후 20년 서울이 지향할 도시공간의 미래상을 담은 장기계획이다.

이날 오 시장이 발표한 기본 계획은 ‘6대 공간계획’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보행 일상권’ 도입 △수변 중심 공간 재편 △중심지 기능 강화로 도시경쟁력 강화 △다양한 도시모습, 도시계획 대전환 △지상철도 지하화 △미래교통 인프라 확충 등 이다. 

공개된 도시계획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35층 높이’ 규제 폐지 결정이다. 이는 순수 주거용 건물의 경우 35층을 넘지 못하게 제한하는 박원순표 ‘35층 높이’ 규제가 8년 만에 폐지되는 내용이다. 앞서 박 전 시장은 도시계획에 이같은 규제를 담아 적용해 왔다. 이에 서울에서 35층이 넘는 주거건물은 주상복합건물만 가능했다.

오세훈 시장은 35층 높이 규제를 폐지하면서 건물의 용적률 규제는 그대로 뒀다. 이번 결정이 한강변 재건축을 자극해 집값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오 시장은 이와 관련해 “전체적인 용적률이 변화하는 게 아니라 높이 제한을 유연하게 바꾸는 것”이라며 “높이 제한이 사라지면 높은 건축물과 낮은 건축물을 함께 배치하는 합리적인 배치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강변 아파트 단지 모습.

창의적 건축물 늘고, 개발 탄력 기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35층 높이’ 규제 폐지로 창의적인 건축물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절대적인 수치기준으로 작용했던 ‘35층 높이기준’을 삭제해서 유연하고 창의적인 건축이 증가한다면 한강변과 역세권 일대 스카이라인의 다변화와 사업성 개선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층수제한이 폐지되면 다양한 설계안이 나올 것”이라며 “그동안 제기된 속칭 병풍아파트나 홍콩아파트와 같은 부작용을 상당부분 회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이번 도시계획에 담긴 ‘수변 중심 공간 재편’ 방침에 따라 한강변의 개발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서울 전역에 고르게 분포돼있는 61개 하천 주변을 시민의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생활공간으로 만든다는 개발 방침이다. 

함 랩장은 “한강 등 수변과 주거지의 네트워크 강화로 여의도‧압구정 등 한강변 대규모 정비사업과 연계개발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안양천‧중랑천‧홍제천‧탄천 등 4대 지천일대도 특화거점 중심의 명소화로 이를 연계할 개발호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시내 고층건물을 대표하는 잠실 롯데타워.   롯데물산

조망권 사유화, 공공성 확보 문제


이번 35층 높이 규제 폐지를 두고 일각에서는 조망권의 사유화 문제를 제기한다. 용적률 제한으로 새로 들어설 초고층 아파트가 기존 아파트 보다 슬림(slim)화 되지만 높이 증가에 따라 제한되는 조망권은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층수 규제 완화에 따른 공공성 확보 문제가 남게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 시장이 층수 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기부채납 등을 늘리는 보완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오 시장은 지난 2009년 서울시장 재임 시절 땅의 25% 이상을 기부채납(공공기여)하는 조건으로 서울 용산구 ‘래미안첼리투스’(56층)와 성동구 ‘트리마제’(47층)의 층수 제한을 풀어준 바 있다.

특히 한강변을 시민의 쉼터로 만들겠다는 오 시장의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한 만큼 공공기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받는다.

익명의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안에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담겨있지 않지만 향후 35층 룰 완화에 따른 공공성 확보 방안이 담길 수 있다”며 “공공성 확보 방안이 주민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지 못 하면 향후 갈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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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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