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맨틱 에러’ 작가 “박서함-박재찬 키 차이, 이거다 싶었죠” [단독인터뷰]

‘시맨틱 에러’ 작가 “박서함-박재찬 키 차이, 이거다 싶었죠” [단독인터뷰]

기사승인 2022-03-16 06:00:13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 스틸컷. 왓챠.

작업 기간 11개월. 그동안 수많은 이야기가 덧대어지다 떨어지길 반복했다. 원작의 오랜 팬인 만큼 좋았던 부분을 드라마로 담는 것에 골몰했다. 장고 끝에 탄생한 대본은 배우 박서함, 박재찬을 만나 날개를 달았다. “이 정도로 좋아해 주실 줄은 예상 못했어요.”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 대본을 쓴 제이선 작가는 15일 쿠키뉴스와 화상으로 만나 행복 가득한 감회를 전했다.

최근 인기몰이 중인 ‘시맨틱 에러’는 저수리 작가가 온라인 도서 플랫폼 리디북스에서 2018년 연재된 동명 웹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국내 OTT 플랫폼이 BL 드라마를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보인 건 ‘시맨틱 에러’가 처음이다. 제이선 작가는 원작 팬과 원작을 모르는 시청자 모두 만족시키는 각색을 목표로 했다. 본편, 외전 등 총 6권 분량 소설을 회당 25분 8부작 드라마로 만들어야 했다. 작가는 “소설과 다른 드라마 작법을 염두에 두고 대본을 썼다”고 말했다.

“원작이 방대한 만큼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어요. 원작에서 수차례에 걸쳐 일어나는 일을 하나의 에피소드로 압축했죠. 주 2편 공개라 소위 말하는 ‘K-엔딩’을 만들고자 노력했어요. 일주일 동안 다음 편을 추측하고 설렘 가득히 기다리는 즐거움을 드리려 했거든요. 웹 드라마지만 일반 드라마의 문법을 생각하며 집필했어요. 그렇다 보니 대본 작업 기간도 일반 드라마와 비슷해지더라고요.”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 스틸컷. 왓챠.

BL 장르를 접해보지 않은 일반 시청자도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처럼 볼 수 있게 할 것. 제작사와 왓챠, 제작진 모두가 가진 목표였다. 청소년 관람 불가였던 원작의 수위도 대폭 조절돼 12세 이상 관람가가 됐다. 민감할 수 있는 부분도 제외했다. 폭넓은 시청자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에 힘을 보탠 건 원작을 쓴 저수리 작가다. 제이선 작가는 “원작자로서 불안한 부분도 있었을 텐데 작업 기간이 길었음에도 저희를 믿고 맡겨주셨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김수정 감독 역시 여러 아이디어를 내며 작가를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여러 지지를 바탕으로 제이선 작가는 드라마 판 ‘시맨틱 에러’를 차근차근 만들어갔다.

“시작은 ‘가벼운 BL 드라마를 만들자’였어요. 그러다 제작사에서 원작이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주셔서, 평소에 좋아하던 ‘시맨틱 에러’를 추천드렸죠. 하지만 분량을 줄이고 수위를 낮추다 보니 이야기의 큰 축이 빠져 어려웠어요. 기존 에피소드를 잘 엮어내려 했어요. 흔히 웹 드라마는 이야기 전개나 등장인물 감정을 내레이션으로 설명해요. 하지만 추상우, 장재영에겐 이런 방식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BL 드라마여도 뭔가를 ‘노리려’ 하지도 않았죠. 그런 건 시청자도 다 알거든요. 장르 팬층이나 배우들의 얼굴을 믿고 개연성 없이, 해이하게 쓰기보다는 감정선을 세밀히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어요.”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 스틸컷. 왓챠.

장재영 역의 박서함, 추상우 역의 박재찬은 존재만으로도 작가에게 힘이 됐다. 이들은 원작 속 개성 강한 장재영, 추상우를 각자의 방식으로 소화하며 흥행을 이끌었다. 제이선 작가의 세심한 각색도 빛을 발했다. 추상우의 우직함은 장재영의 자유로운 매력을, 장재영의 쿨함은 추상우의 정석적인 면모를 더 돋보이게 했다. 추상우에게만 다정한 장재영, 장재영에게만 귀여운 추상우. 제이선 작가가 각색한 세계에서 박서함과 박재찬은 인물과 동화된 연기를 펼쳤다. 작가는 “제작사 기획 PD님이 ‘동키즈 재찬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의견을 주셨다”면서 “오디션 영상을 보고 추상우 자체라 생각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박서함은 정말 잘생겼다. 실물을 보자마자 미모로 추상우를 홀리는 장재영 캐릭터와 완벽히 부합한다고 느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두 분의 키 차이가 정말 예뻐요. 투샷을 보고 ‘이거다’, ‘됐다’ 싶었죠. 하하. 서함님은 준비 기간이 짧았음에도 캐릭터 분석을 열심히 해서 대본의 빈 부분까지 애드리브로 채워줬어요. 사실 4회 의상실 신은 지문에만 이들이 느끼는 긴장감을 묘사하고 대사는 ‘우리도 영화 보러 갈래’가 전부였거든요. 그런데 서함님이 ‘가서 미안하다고 빌까?’, ‘어떻게 해줄까?’와 같은 대사를 애드리브로 소화했어요. 이 말들이 상우의 일렁이는 마음에 더욱더 에러를 나게 하잖아요. 인간 장재영이다 싶었죠.”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 스틸컷. 왓챠.

박서함의 칭찬을 해나가던 작가는 이내 박재찬에게 감탄했던 일화를 털어놨다. 코멘터리 영상에서 박재찬이 6회 도둑 뽀뽀 신 속 추상우의 마음을 설명한 대목이 작가의 마음에 훅 들어왔단다. ‘도대체 어떻게 생긴 인류이기에 나의 마음을 이렇게 흔드나 하면서 자세히 쳐다봤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작가는 박재찬의 이 말을 언급하며 “그 장면에서 상우가 느꼈을 감정을 명확히 아는데다, 상우가 쓸 법한 ‘인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감명 깊었다”면서 “다이어리에까지 적어놨다”며 씩 웃었다. “캐릭터 해석을 너무 잘 했어요. 1, 2회와 7, 8회 속 상우는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죠. 재영을 바라보는 감정이 혐오에서 사랑으로 변해가는 게 잘 보이더라고요. 캐릭터 해석과 표현까지, 두 배우가 모든 걸 잘 해줘서 감사해요.”

제이선 작가에게 ‘시맨틱 에러’는 여러 의미를 남겼다. 인터뷰 말미 “꼭 말하고 싶은 게 있다”고 운을 뗀 그는 “작가, 감독, 기획 PD, 제작 PD, 제작사 담당 본부장, 왓챠 담당 PD과 마케팅팀 등 제작에 주요하게 참여한 제작진 모두가 여성”이라면서 “BL 장르에 이해도가 높은 제작자이자 소비자였다. 덕분에 여성 시청자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잘 알고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추상우, 장재영 외에도 최유나(송지오), 류지혜(김노진) 등 모든 캐릭터도 그에겐 소중하다. 드라마 작가이자 마니아인 제이선 작가는 “다음 작품도 행복이 묻어나도록 쓰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시즌2에 대해 묻자 그는 또 한 번 밝은 미소를 지었다.

“원작에서 재영이가 상우의 PPT를 고쳐주고 그의 컴퓨터에서 ‘장재영 폴더’를 발견하는 에피소드를 정말 좋아했어요. 저수리 작가님도 PPT 장면에 애정을 보여주신 덕에 에필로그에 두 이야기를 엮어서 넣을 수 있었죠. 하지만 원작에서 인기 많던 농구장 에피소드는 분량 문제로, 연석동 에피소드는 대중적인 각색을 위해 제외됐어요. 이처럼 미처 담지 못한 내용이 많아요. 사실 시즌 1은 시즌 2를 전혀 생각지 않고 완결성을 가진 콘텐츠로 만들었거든요. 만약 시즌 2를 제작하게 된다면 이야기의 큰 줄기를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아요. 아마 오리지널 에피소드도 들어가지 않을까요? 저도 작가이자 시청자로서 행복하게 기다려볼게요. 하하.”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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