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인사권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정면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또 임기 말 추가 인사를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은 기존 인사인 김오수 검찰총장과 노정희 선관위원장,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등의 사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임기 말 추가 인사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환 당선인 특별고문은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친정부 성향을 가지고 있는 김 검찰총장이 임기보장이라는 담벼락에 몸을 숨기고 있다”며 “탈원전의 선봉이자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 피의자인 정재훈 한수원 사장을 연임시키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부실투표 관리를 책임져야 하는 노정희 선관위원장이 사과와 사퇴도 없이 침묵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임기 말에 끝까지 알박기 인사를 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임기 중 사법적 책임을 지거나 형사 소추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선자 협조를 하지 않고 몽니를 부리는 행태는 심판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임기를 한 달여 남겨놓은 문재인 정부가 낙하산 알박기 인사를 계속하고 있다”며 “인사권은 자기 사람을 챙기는 사적 권한이 아닌 공적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기 마지막까지 보은성 인사를 고집하는 것은 공적 권한으로 사적 목적을 이용하는 것과 같다”며 “국민이 새로운 대통령을 선택한 만큼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새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민생현장에서 구현할 인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6일 논평을 통해 “임기 초 낙하산 인사는 없다고 말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허언이 됐다”며 “차기 정부가 국정 공백이 없이 안정적인 출발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무책임한 인사의 연속”이라고 일갈했다.
반면 청와대는 인사권은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민주당은 윤 당선인의 인사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역공에 나섰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통령이 가진 인사권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대통령이 임기가 5월까지인데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지난 16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안보‧외교분과 간사로 임명된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은 국군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의 댓글 공작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피의자”라며 “최상목 전 기재부 차관은 박근혜 정부 시절 ‘미르재단’에 대기업이 출연하도록 압박했던 인물로 지목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도덕성을 기반으로 실력과 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발굴한다는 인사원칙은 구두에 불과한 것이냐”며 “국민 통합을 위해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들에 대한 임명을 철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파열음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와 인수위의 갈등을 두고 원칙에 맞게 진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과 당선인이 서로의 처지에 대해서 판단해야 한다”며 “정권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싸움이 이어지는 경우 결론이 나지 않기 때문에 서로 한 발씩 물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현직 대통령은 정권이 원활하게 이양될 수 있도록 인수의 의무가 있고, 반면 당선인 측도 대통령의 권위와 권한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같은 당에서 정권이 교체되는 경우에는 이양하는 데 큰 문제가 없지만 서로 다른 당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나면 파열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임기 말 인사권 문제와 법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당선인도 검찰총장 임기 보장 때문에 대통령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현재 기관장들을 강제로 쫓아내게 될 경우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