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금’ 쌓인 문재인·윤석열… 독대 무산된 진짜 이유는

‘앙금’ 쌓인 문재인·윤석열… 독대 무산된 진짜 이유는

대통령-당선인 회동, 당일 무산 이례적
공기업·공공기관 인사 문제가 결정적 영향 미친 듯

기사승인 2022-03-18 06:00:25
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쿠키뉴스DB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오찬 회동이 무산됐다. 결정적 원인으로는 인사권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거론된다. 정권교체기 신·구 권력이 정면 충돌하면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16일로 예정됐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오찬 회동은 4시간을 앞두고 갑작스레 불발됐다.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이 만남을 예고해놓고 취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오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실무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 실무 차원에서 협의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오찬이 미뤄진 데 대해 실무적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상 기류가 드러난 것은 지난 15일이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회동 의제를 두고 조율을 이어갔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치권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 문제를 주요 요인으로 추측했다.

실상은 달랐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회동 무산의 결정타는 공기업·공공기관 인사권을 둘러싼 갈등이었다. 청와대 측이 ‘내 편 챙기기’에 몰두한 인사를 고집했고,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알박기 인사’를 우려한 윤 당선인 측은 이를 반대하면서 기싸움이 격화했다는 전언이다. 

갈등 저변에는 그간의 ‘앙금’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전격 발탁해 검찰총장에 임명했지만 조국 사태를 계기로 등을 돌렸다. 윤 당선인이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현 정부를 작심 비판하자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들의 관계는 지난달 윤 당선인의 ‘문재인 정권 적폐수사’ 발언으로 급속히 악화됐다. 문 대통령은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윤 당선인 사과를 요구했다. 호남을 찾고 여가부를 엄호하는 등 선거 개입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갈등이 멈출 지는 미지수다. 윤 당선인은 초창기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해서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이에 불쾌감을 내비칠수록 양측의 갈등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여야 정치권도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윤 당선인 측은 인사권이 차기 정부 운영을 위한 협의 대상이라고 주장했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은 임기가 마치기 전까지 대통령 고유권한이라고 맞섰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사권은 지금부터 정지해라 말라 하는 대상이 아니며, 서로 존중해가면서 일을 해야 될 시점인데 과도한 요구가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청와대도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공기관 인사권과 관련해 “대통령의 인사권에 해당하는 문제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 (당선인 측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윤 당선인 측을 겨냥했다.

국민의힘 측은 즉각 맞받아쳤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말 인사에 대해 “임기 마지막까지 내 사람 챙기기 하는 건 대통령직의 사적 사용”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낙하산, 알박기를 계속하고 있다. 끝까지 자기 사람 챙기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5년 전 공무원을 줄세우고 전 정권 부역자를 적폐라며 청산한 점령군이었다. 공정과 상식에 반해 친민주당 운동권 인사만 챙겼다. 5대 인사 원칙조차 못 지켰다”며 “전문성 무시한 내로남불 인사는 정책 실패로 이어졌고 애꿎은 국민만 피해를 봤다. 반성은 커녕 임기말까지 내사람 챙기기만 하니 최소한의 염치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가세했다. 그는 “전임 정부는 후임 정부의 출범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 오히려 인수위 없이 선거 다음 날부터 점령군 행세하면서 적폐 청산 드라이브를 걸었던 당은 민주당”이라고 질타했다. 

다만 양측이 대통령과 당선인의 회동과 관련한 실무 협의를 계속해 나간다고 밝힌 만큼,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첫 회동은 다음 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박수현 수석은 “국민께 송구스럽다”며 “장 비서실장과 이 정무수석이 계속 협의하기로 했으니 좋은 결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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