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범죄를 풀어가는 사람. 이해하고 싶지 않은 이들을 이해하는 게 시작인 일. 시사·교양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금은 대중에 익숙해진 프로파일러가 그렇다. 한국형 프로파일링의 태동을 그린 SBS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출발점 역시 프로파일러다. 배우 김남길은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를 모티브로 한 주인공 송하영을 연기했다. 그는 소속사를 통해 “프로파일러 송하영 자체로 살았다”며 소감을 전해왔다.
극 중 송하영은 프로파일링 수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과정은 쉽지 않다. 범죄자를 대면하고 사건을 추적하며 작은 단서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김남길의 섬세한 눈빛, 표정 연기와 감정 표현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김남길은 “연기를 하지 않고 사건이나 상황의 흐름에 나를 맡겼다”면서 “상대 배우가 하는 걸 보고 듣고 따라가기만 해도 송하영이 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사이코패스의 개념도 없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프로파일러 개념도 희미했다. 극에서 다루는 사건은 당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실화들이다. 그런 만큼 김남길은 신중히 접근했다. 그는 “당시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줄까 염려되고 조심스러웠다”면서 “왜 악의 마음을 읽어야 하는지, 진짜 프로파일러 입장에서 고민하며 우리의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잘 전달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김남길은 송하영을 연기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몰아붙였다. 8회에서 범죄자와 면담을 마친 송하영은 자신을 프로파일러의 길로 이끈 국영수에게 이렇게 묻는다. “왜 하필 저였습니까?” 범죄자와 대면해 그들의 심리를 이해해야 하는 프로파일러의 고충이 잘 드러난 장면이다. 김남길 역시 이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늘 던지며 작품에 임했단다. ‘오직 피해자와 그 가족만 생각해라.’ 권일용 교수가 했던 말 역시 마음속에 남았다. 그는 드라마 방영 중 권일용 교수와 영상 콘텐츠 ‘권일용, 김남길의 악의 마음을 읽어드립니다’를 제작해 화제가 됐다. 작품을 촬영할수록 그는 프로파일러에 경의를 갖고 그들이 해나가는 일에 경의를 표하게 됐다. 김남길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결국 사람에 대한 드라마”라며 “우리가 같이 생각하고 풀어야 할 이야기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통해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이 얼마나 힘든지를 사람들이 알게 돼 뿌듯해요. 이들이 실제 사건들을 대하는 태도나 마음가짐이 드라마 전반에 잘 드러났다고 생각해요. 거창하지는 않아도, 인간에 대한 이해를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해볼 수 있는 드라마였죠.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에게 감사를, 현직 프로파일러들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는 사회, 범죄에서 가장 소외되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