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정권교체로 교육 분야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그중 하나가 초·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수 학력평가입니다. 주기적으로 학업 성취도와 격차를 파악해 추락한 기초 학력을 되돌리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며 내놓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교육 공약입니다.
물론 학생들의 학업성취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평가는 매년 실시됐습니다. 다만 대상은 전체가 아닌 고교 2학년과 중학교 3학년입니다. 전수 조사가 아닌 전체 학생의 약 3%만 표집해 치러집니다.
그사이 학력저하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고등학교 모두 국어·수학·영어에서 전년보다 '보통학력(3수준) 이상' 비율은 줄고 '기초학력 미달(1수준)' 비율이 늘었습니다.
이에 전국 모든 학교에 성취도평가를 시행해 기초학력 향상에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랐습니다. 전수 학력평가를 통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확인하고 맞춤 지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교육 분야 공약인 전수 학력평가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깜깜이 시험 아닌 전수 학력고사 필요” 환영
학력평가 부활 가능성이 커지면서 반응은 엇갈립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미 이전부터 국가 차원의 기초학력 진단·지원체계 구축, 표집으로 전환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개선 등을 요구해 왔습니다.
작년 6월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발표 당시 자료를 내고 “이미 코로나19 이전부터 기초학력과 보통학력 저하 현상이 이어져왔다”며 “현 정부와 일부 교육감의 평가 경시 기조 전환을 계속 요구해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학생들의 학습 결손과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만큼 학력평가를 환영하는 학부모들의 의견이 많습니다.
초등 3학년 자녀를 둔 박모씨(39·여)는 “평준화 교육 취지는 좋지만 학생참여형 수업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아직 일제고사 마인드를 가진 선생님이 많다. 작년에 수학 시험을 거의 보지 않은 반이 있었던 반면, 아이의 반은 매일 수학시험 성적을 봤다. 100점 받은 아이 이름을 교사가 호명하기도 했다. 사실상 학력고사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학 입시도 마찬가지. 입시를 없애지 않는 이상 학력평가는 어떤 형태로든 있을 수밖에 없다”며 학교·교사별로 깜깜이 학력 진단을 지적했습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임모씨(38·여)도 비슷한 의견을 냈습니다. 임씨는 “시험 경험이 있는 초등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성적 차이는 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시험을 보지 않다가 중학교 가서 첫 시험을 보면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다고 하더라”라며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위해선 주기적인 학력고사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 “교육 과열 경쟁 부추길 것” 우려 목소리도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초등 6학년 자녀를 키우는 김모씨(40)는 “초등 시기에는 다양한 활동과 경험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사교육 열기가 뜨거운 우리나라 교육 특성상 전수 학력평가 부활이 과열 경쟁으로 이어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했습니다.
김씨는 또 “단순히 평가만 하고 ‘나 몰라라’한다면 있으나 마나 한 정책이 될 것이다. 학력평가가 부활한다면 이에 따른 공교육 제도 보완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7일 자료를 통해 “전수 학력평가 실시 공약에서 일제고사의 망령을 떠올린다”며 “이명박 정부 시절 도입된 일제고사는 진단을 통한 지원은 뒷전으로 과열된 교육청별 순위 경쟁만 남았다”고 비판했습니다.
현장에서는 전수 학력평가에 앞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바뀐 교육 방식을 먼저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는 “공교육의 핵심은 부모들이 봐줄 수 없는 아이들을 평균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교사로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가정학습 등이 늘면서 이런 아이들을 잘 지도하지 못해 학생 간 학습 역량차이가 커지고, 사회성을 기르지 못한 것이 걱정”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씨는 “(코로나 이후) 모둠 활동을 못해서 무임승차 아이들을 이끌어 내 실험을 해내며 서로 배우고 성장할 기회가 없었다. 학급에서 임의로 만들어진 집단 안에서 학생이 자신의 역할을 하고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공적영역에서의 사회성’은 전멸 수준”이라며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학교의 역할을 정상화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