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를 공원으로 만들어주면 지역주민들이 다 좋아할 것으로 생각하나, 그렇게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결정 이후 21일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에서 만난 한 주민은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결정을 두고 청와대 인근 주민들은 거주지역이 급격히 관광지로 변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방안’을 직접 발표했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로 이전하고, 청와대는 국민에게 공원으로 개방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발표 다음날 청운·효자동에서 만난 지역주민들은 이번 이전 발표에 신통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장기적으로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이전 이후 청와대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심도 깊은 고민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역 주민들은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하더라도 경복궁과 인왕산 등 문화·자연 보호 영향으로 개발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공원화로 인근 지역이 관광지로 급격히 변모하면서 거주기능이 크게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토로했다.
효자동에서 부모님 때부터 거주하고 있다는 50대 남성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소식에 재개발 업자들은 벌써부터 호재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이 동네는 경복궁과 인왕산 때문에 규제가 많은 지역”이라며 “이곳은 땅을 파면 어디서나 문화재가 나와 개발이 쉽지 않은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청와대가 있어 좋은 점도 많았다. 주변에 경찰이 많다보니 새벽에 걱정 없이 동네를 돌아다닐 수 있었고,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덕에 지역 상주인구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와대가 공원화되면 상주인구는 줄고 관광객은 늘어날 것이다. 청와대 주변을 삼청동이나 북촌처럼 카페들이 차지할 것”이라면서 “낮에만 북적거리고 밤에는 불이 다 꺼진 동네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그는 “결국 상주인구는 빠져나가고 관광객만 늘어나 인구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청와대를 단순히 공원으로 만든다는 것은 주민들의 삶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문재인 대통령 때도 똑같았다. 집무실을 이전할 경우 발생할 문제를 두고 지역 주민들과 논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청와대 인근에서 거주하는 여성 학부모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두고 우려가 높았다. 그는 “청와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빠져 나가면 학교 통폐합 문제가 걱정”이라며 “지금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한 반이 20명이 안 된다. 집무실이 이전하면 학교 통폐합 문제가 나올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어 “학교가 없는 동네의 미래는 없다. 집무실 이전에 앞서 지역 주민들의 삶도 돌아봐 달라”고 호소했다.
이밖에 만나본 다른 주민들 역시 치안과 관광객 증가, 학교 등 기본 인프라 문제를 두고 우려가 있다는 반응들을 많이 보였다.
반면 이날 만나본 주민들 가운데는 대통령 집무실의 이전을 환영하는 이들도 일부 있었다. 효자동에 거주하는 60대 남성은 “그동안 청와대 인근에서 펼쳐지는 시위로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많이 봤다. 교통부터 소음까지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면서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해 가면 이런 불편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