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석방 절차를 밟은 지 83일 만에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휠체어 등의 도움 없이 스스로 병원문을 걸어 나왔다. 병원 앞에 모인 수많은 인파를 보며 밝게 웃음짓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24일 오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한 뒤 취재진이 현재 건강 상태가 어떤지 묻자 “많이 회복됐다”며 “국민 여러분께 5년 만에 인사를 드리게 됐다. 많이 염려를 해주셔서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고 밝혔다.
이어 “4개월 동안 헌신적으로 치료에 임해주신 삼성병원 의료진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육성으로 발언한 건 구속 이후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은 향후 거취나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첫 대국민 메시지인 만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차량에 탑승한 뒤 곧바로 부친과 모친의 묘역이 있는 국립서울현충원으로 향했다.
그는 묘역을 참배한 뒤, 대구 달성군 유가읍 사저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정식 대국민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2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해 지병 치료를 받아왔다. 통원 치료가 가능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회복해 의료진의 퇴원 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제 20대 3.9대선을 앞두고 지난 5일 병원 인근 투표소에서 사전 투표를 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31일 국정 농단으로 구속됐다. 수감 중이던 그는 지난해 11월 건강 악화로 입원 치료를 받다가 12월24일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이 결정됐다. 박 전 대통령은 12월31일 0시 법무부로부터 사면증을 교부받고 약 4년 9개월 만(1737일)에 석방됐다.
박 전 대통령이 달성으로 이동하는 과정은 물론 앞으로도 대통령 경호처가 신변 안전을 책임진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과 그 유족에게는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 연금 지급, 무상 진료 등이 지원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